음원계의 유튜브로 불리는 '사운드 클라우드'가 이달부터 '이용자 중심 음원사용료 정산방식'을 도입했다. '팬 파워드 로열티'(fan-powered royalties)로 이름 붙인 이 방식은 내가 지불하는 음원 사용료가 내가 들은 음원 아티스트에게만 가는 방식이다.
일반적 이용자 중심 음원사용료 정산방식과 차이가 있다면 유료 서비스 이용료 외에도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은 시간, 광고 소비 등을 정산 요소에 복합 반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운드 클라우드가 주로 무료로 음악을 공유하는 유튜브 같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디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한다는 목적에서는 다를 게 없다. 190개국에서 3000만명의 창작자가 활동하고 2억5000만 트랙을 운영하는 사운드 클라우드가 변화를 택한 만큼 음원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 중심 음원사용료 정산방식은 재생 횟수 중심으로 사용료를 배분하는 '비례배분 방식'의 대안으로 출현했다.
음원 플랫폼 전체 매출을 총 재생 횟수로 나눠 해당 음악의 재생 횟수 비율만큼 이용료를 지급하는 비례배분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더 많이 들은 음악에 더 많은 이용료가 돌아가야 한다는 통상적 관념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비례배분 방식은 재생 횟수 조작에 취약하다. 음원 사재기를 통한 순위 조작의 요인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원을 대량 구매하더라도 고의로 재생 횟수를 늘려서 사용료를 더 많이 받으면 구매비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작이 아니더라도 팬층이 두꺼운 일부 아티스트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정 종류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낸 음원 사용료가 내가 듣지도 않은 음원 아티스트에 돌아간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용자 중심 음원사용료 정산방식은 내가 들은 각 곡의 재생 횟수를 계산해 비율대로 내가 낸 이용료를 분배한다. 내가 지불한 사용료는 100% 내가 들은 음원에만 지급된다. 이에 따라 재생 횟수 조작의 의미도 없어진다.
재생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독립 아티스트라 해도 팬이 지불한 이용료가 아이돌 등 다른 아티스트에게 배분되는 일은 사라진다.
네이버 '바이브'가 1년 동안 이용자 중심 음원사용료 정산방식을 운영한 결과 최대 77%까지 정산액이 오른 아티스트도 있었다. 과거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스테디셀러 곡들은 정산액 증가 곡 가운데 80%를 차지했다.
아직 이용자 중심 음원사용료 정산방식 효과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정산액이 줄어들면서 이 방식을 반대하는 아티스트도 있을 수 있다. 더 많은 유통사, 신탁단체가 도입하고 적용해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개선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지불한 이용료가 내가 들은 곡의 아티스트에게만 간다는 점이다. 이용자의 취향은 다양하다. 더 많은 장르의 아티스트에게 도움이 되고 더 다양한 음악이 창작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90년대가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이유는 트로트부터 발라드, 댄스, 힙합, 리듬앤드블루스, 록 등 다양한 음악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이용자 중심 음원사용료 정산방식이 다시 한번 우리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기반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