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추억의 '한강콜'

'한강콜'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경기도 일산 등 서울 서쪽을 기반으로 택시 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택시 연합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회사의 특성상 선후배 동료들이 자주 이용했기 때문에 익숙한 이름이다.

지난주 출근을 하면서 '한강콜' 택시를 이용했다. '카카오T'를 호출했는데 배차된 차량이었다. 반가운 이름에 택시 기사와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기사 이야기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한때 2만대가 넘던 소속 택시가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며, 이에 따라 콜센터 근무 직원이 18명에서 3명 정도로 줄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 기사도 이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카카오T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일반택시 대상으로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월 9만9000원의 카카오T 유료멤버십에도 가입했다. 2만명 선착순 모집에는 참여하지 않다가 추가 신청에 참여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의 83.7%가 카카오T를 이용한 적이 있고, 택시 기사가 주로 사용하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의 98.0%가 카카오T 플랫폼이다.

기존 T맵, 마카롱 택시 등 다른 플랫폼까지 더해진다면 거의 모든 사용자가 택시 앱 이용 경험이 있고, 100% 택시가 1개 이상의 플랫폼에 소속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택시 이용도 절반 가까운 42.4%가 택시 앱을 이용했다. 나머지는 정차해 있거나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 경우다.

카카오T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5년 3월 31일이다. 소비자가 위치와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도 없고, 사전에 등록한 카드로 결제해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모바일 내비게이션으로 가장 빠른 경로를 안내한다. 이보다 편할 수 없다.

불과 6년 만에 택시 시장은 완벽한 변화를 겪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절반에 불과한 기간이다. 혁신 흐름에서 뒤지면 경쟁에서 밀려나 추억 속에만 남게 된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소비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건 아니다. 편리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독과점이 발생한 시장이라면 소비자 부담은 더해진다.

물론 버티고 막는다고 해서 혁신의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혁신에는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혁신에서 밀려나는 기존 사업자를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 권익을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과도한 개입은 혁신을 가로막기도 한다. 타다 등의 사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법과 제도 등은 '혁신과 부작용을 함께 고려한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택시 기사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의 한강콜 서비스 이용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아이스크림을 시키려다 아이스티를 누르는 노인들'이라는 기사를 본 적 있다. 무인주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에 대한 내용이다.

노인 등 혁신에서 밀려나는 사회적 약자나 산업은 언제나 존재한다. 특히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 내는 혁신 속에서 이런 계층의 불편은 '과정의 극히 일부'로 치부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문화 또는 혁신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 사회가 베풀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혁신은 독려하되 플랫폼 등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장치를 의무화하거나 강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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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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