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구광모 '실리주의' 사업 철수 결단..미래가치 발굴 속도

매각 난항 겪자 사업 종료 급선화
적자 사업 줄줄이 청산..사업 재편
전장사업 집중...전기차 등 먹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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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26년 만에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다. '초콜릿폰'으로 대변됐던 LG전자 스마트폰 성공은 '과거의 영광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는 LG 4세 경영 시대를 연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으로 대변되는 실리주의와 미래 가치에 방점을 두는 혁신주의에 기반을 둔 결단이라는 평가다. 휴대폰 사업 종료를 시작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고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뉴 LG' 전환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속한 의사결정, LG가 달라졌다

지난 1월 20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MC사업부 운영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는 발표 이후 종료 발표까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매각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기업과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설비 등 기존 투자 금액을 최소한으로 보존하기 위해 매각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이 특허권과 매각 대금 등을 이슈로 협상에 난색을 표하면서 MC사업 부문 관련 결정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종료가 중장기 관점에서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당초 주문자설계생산(ODM) 혹은 다른 사업부 편입 등 이야기도 나왔지만 최종 결정은 종료였다.

재계 관계자는 “휴대폰 사업 종료는 그동안 LG그룹에서 보기 어려웠던 신속하고도 과감한 결정”이라면서 “마땅한 잠재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작용했지만 구광모 회장 사업성에 기반한 판단력이 과거 LG와 다른 의사결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줄줄이 사업 청산, 사업구조 재편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해 왔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면서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 사업구조 재편하는 방식이다.

실제 2018년 9월 LG는 서브원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문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 매각했다. 이듬해 2월에는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연료전지 분야에 투자했지만 성과가 없자 과감히 정리했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LG디스플레이가 조명용 올레드 사업을 철수했고 7월에는 수처리 관리회사 하이엔텍과 환경 설계·시공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했다.

이어 9월에는 LG이노텍이 적자에 허덕이던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을 정리했고 12월에는 LG유플러스가 전자결제사업을 토스에 매각했다. 지난해 2월에는 LG전자, LG화학, LG상사 등이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했다.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은 구광모 회장은 26년 역사를 자랑하던 MC사업 부문 철수로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기술 혁신 정점이라던 스마트폰이 점차 상향평준화되고 부가가치가 떨어지면서 미련 없이 청산했다. 대신에 과거 스마트폰이 그랬듯 미래 기술 혁신의 정점이라는 자동차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선언했다.

◇스마트폰 실패 반면교사, 신사업 투자 집중

휴대폰 사업 종료에 따라 주목받는 것은 LG전자 전장사업이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까지 미래 자동차 기술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해 과거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했던 과오를 씻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고 전장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LG그룹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 LG그룹은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모터 및 부품(LG전자) 등이 수직계열화돼 있다. 여기에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까지 보유하면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기존 사물인터넷(IoT), 5G 등 미래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연구한 MC 부문 역량까지 투입해 경쟁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전략도 깔렸다.

여기에 미래 가치를 높이는 신규 먹거리 발굴 의지도 분명히 했다. 지난해 LG그룹 인사에서 전체 승진자 60%를 이공계 인력으로 채웠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5G 등 유망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라는 메시지다. 지난해 LG AI연구원을 설립, 관련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파격적인 스타트업 지원으로 생태계 조성을 시도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과 전장, 모니터 등 B2B 비즈니스를 축으로 하되 다양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 중”이라면서 “헬스케어와 로봇 등 기존 기술력에 혁신을 더한 부문 투자를 늘리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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