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과 캠핑 수요가 크게 끌면서 레저용 픽업트럭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쏟아내며 픽업트럭 시장 연간 판매 규모가 4만대 수준까지 커졌다.
이에 일각에선 레저용으로 활용되는 고가 수입 픽업트럭까지 화물차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픽업트럭은 3만8930대가 팔리며 2년 연속 누적 판매 4만여대를 기록했다. 국산차인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3만2936대를 차지하며 판매를 주도한 가운데 수입차인 쉐보레 콜로라도(5227대), 지프 글래디에이터(350대)가 시장을 키웠다.
최근 글로벌 픽업트럭 판매 1위 브랜드인 포드가 레인저를 국내에 선보이면서 올해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레인저는 와일드트랙(4990만원)과 랩터(6390만원) 두 가지 트림으로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한다. 일부 수입 픽업트럭은 국내 도입 물량이 부족할 만큼 계약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픽업트럭은 사륜구동 기반의 강력한 주행성능과 넉넉한 적재공간은 물론 화물차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 판매 중인 4000만원대 이상 고가 수입 픽업트럭까지 화물용으로 분류돼 여러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판매 중인 모든 픽업트럭은 화물 용량이 1톤 이하인 비영업용 화물차로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에 불과하다. 엔진 배기량이 3.6ℓ인 콜로라도나 글래디에이터는 화물차가 아닌 승용차로 분류될 경우 자동차세가 72만원에 달한다.
신차 구매 시 차량 가격의 3.5%를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면제다. 취득세 역시 승용차(7%)보다 낮은 5% 수준이다. 글래디에이터(6990만원)를 기준으로 비슷한 가격대 승용차보다 400만원 수준의 세제 혜택을 받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여러 수입차 업체들이 지금보다 더 크고 비싼 픽업트럭 신규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고가 수입 픽업트럭을 승용차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산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2419만~3690만원)는 기존 1톤 트럭 수요를 대신해 생계형과 레저용으로 동시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가격이 최소 4000만~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수입 픽업트럭을 생계형 화물차로 사용하는 비중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픽업트럭이 가장 많이 팔리는 미국에서도 픽업트럭은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같은 경승용차로 분류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저용으로 쓰이는 픽업트럭이 생계형 화물차인 포터, 봉고 등과 같은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자동차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라 픽업트럭에 대한 차량 분류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