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기차 배터리로 왜 각형을 주목하는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최신형 전기차 배터리로 각형을 더 선호하고 있다. 각형이 파우치 방식 배터리에 비해 대량 생산에 유리할 뿐 아니라, 배터리 대용량 설계나 가격경쟁력을 높일 잠재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파우치 방식의 유력 배터리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두 곳이다. 반면에 각형은 삼성SDI를 비롯해 파나소닉, CATL, 노스볼트 등은 유력 완성차 업체(토요타·테슬라·폭스바겐)와 합자사를 늘리며 진영을 확대하고 있다.

23일 본지가 11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용 배터리 방식을 조사한 결과 18개의 혼합 혹은 단일 방식을 쓰는데 이 중에서 9개 기업이 각형을 채용했다. 이어 파우치 방식은 8곳, 원통형 전지는 1곳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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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각형 배터리를 채용한 테슬라 모델3.

배터리 공급업체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9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CATL이 7곳,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4곳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시장 초기 국산 배터리 업체의 공급처가 두드러지게 많았던 것과 달리 최근 몇 년 새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늘면서 CATL 각형 방식이 선전하고 있다. 특히 CATL은 폭스바겐그룹뿐 아니라 최근 들어 테슬라와 BMW, 다임러 등을 신규 공급 업체로 확보했다.

CATL가 특히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건 헝가리·폴란드 등의 지역에 생산거점을 둔 국산 배터리 업체와 달리 독일 등 완성차 업체 인근에 공장을 확보하면서다. 단순 배터리 공급뿐 아니라,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와의 기술 협업에도 유리하고 자국 내 대규모 생산공장 투자로 긍정적 이미지도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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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방식의 배터리를 채용한 현대차 아이오닉5.

CATL는 이미 테슬라로부터 배터리 성능 등의 검증을 받은데다, 세계 최초로 8:1:1 삼원계(NCM)를 상용화한 기술력까지 갖췄다. 또 리튬이온 삼원계뿐 아니라 원통형 전지와 리튬인산철(LFP)기술까지 보유해 선택지가 넓은 것도 강점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각형 배터리 선호도가 높아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시장이 초기에는 개조형 전기차라서 빈공간에 배터리를 장착해야 했다. 이 때문에 각형에 비해 공간 활용이 유리한 파우치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완성차 업계가 잇따라 전기차 전용플랫폼의 신차를 출시하면서 각형이 주목받고 있다. 개조형 전기차와 달리 전용 전기차는 애초부터 배터리 공간을 염두에 두고 플랫폼을 설계하기 때문에 차량의 무게 밸런싱 등 주행성능 구현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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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방식의 배터리를 채용한 기아 EV6.

각형은 파우치에 비해 단셀 에너지 밀도가 작고 생산시설 투자비용도 더 들지만, 균일한 성능의 대량 생산에 용의하다. 전기차 시대가 확대되면서 연간 수 만대에서, 수 십만대 생산으로 확대되면서 각형이 주목 받는 이유다.

또한 각형은 최근에 등장한 신기술인 모듈·팩 제작 공정을 생략한 '셀투팩(Cell to Pack)' '셀투카(Cell to Car)' 같은 설계에도 최적화됐다.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파우치에 비해 부족한 에너지밀도를 추가로 채울 수 있다. 결국 에너지 밀도가 파우치에 비해 낮은 각형의 단점을 셀투팩과 셀투카 기술로 해결한 셈이다. 원통형 전지만을 고집해온 테슬라가 각형을 추가로 채택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의 각형 전환 혹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각형 제품을 도입할 경우 최근 불거진 LG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추가 소송 문제를 우회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각형에 대한 기술이 없어 소송 자체가 성립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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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연내 선보일 새로운 전기차 i4. I4는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를 탑재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차량이 계속 나오는 만큼, 각형이나 중대형 원통형 전지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코어 셀 기반 기술을 확보한데다, 다른 회사에 비해 투자 여력이 있는 만큼 중대형 각형 전략으로 간다면 ITC 판결을 우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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