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판 없는 디스플레이' 격벽소재 블랙 PDL 기술로 발광효율 UP
'폴더블 최초의 펜' 디지타이저·커버유리 기술력 업그레이드
'보이지 않는 카메라' 디스플레이 내부에 장착…풀 스크린 구현
도우인시스·인터플렉스 등 국내 소부장 협력사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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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업계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유일하게 양산 중인 기업이다. 화웨이, 모토로라, 로욜 등에서도 폴더블폰이 출시된 바 있지만, 개발 및 생산 능력에서 삼성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복수 모델을 꾸준히 출시하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은 폴더블폰을 차기 전략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에서 앞서 있고 폴더블폰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80만대를 기록했던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올해 560만대로 늘어나고, 2022년에는 17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전략 제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상반기 S 시리즈, 하반기 노트 시리즈를 출시하던 기존 전략을 변경했다. S와 노트 시리즈를 통합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폴더블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삼성은 폴더블폰을 대표 플래그십 모델로 내세우기 위해 최신 기술을 폴더블폰에 집약시키고 있다. 특히 오는 3분기 출시가 예정된 '갤럭시Z 폴드3'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혁신 기술들이 담길 예정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 업체이자 폴더블 분야에서 가장 앞선 삼성의 기술 변화는 곧 산업 변화를 예고한다. 삼성의 기술 개발 및 채택 여하에 따라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은 크게 판이 흔들린다. 폴드3에 접목될 주요 기술과 산업 영향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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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광판 없는 디스플레이

주목할 기술 변화로는 '폴리스(Pol.-less)'가 꼽힌다. 편광판(Polarizer)이 없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폴드3에 처음 적용될 예정이다.

편광판은 패널에 부착돼 빛을 걸러내고 조절하는 부품이다. OLED 디스플레이에서의 역할은 '반사방지'다. OLED는 OLED 소자와 TFT 전극으로 이뤄져 있다. 이 TFT 전극을 구성하는 물질은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 소재다. 그런데 금속으로 된 물체는 반사율이 높아 광택이 난다. 조명이나 햇빛 아래서 OLED를 보면 반사된 빛 때문에 화면을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OLED 패널 바깥쪽에 편광판을 붙여 반사를 방지했는데, 폴드3에는 이런 편광판이 없는 OLED가 적용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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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디스플레이에서 편광판은 반사방지 역할을 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편광판 없는 OLED는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기술이다. 편광판은 반사방지 역할을 하지만 OLED의 발광효율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었다. OLED 패널에서 발광하는 빛의 양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빛은 편광판을 거치면서 50으로 줄어든다. 반사방지에는 효과적이나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던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편광판이 없는 패널 개발이 추진됐고, 폴드3 적용을 목표로 했다.

편광판을 없앨 경우 OLED 패널의 효율은 좋아지지만 반사 문제가 다시 생기게 된다. 이에 반사방지 역할을 할 소재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블랙 PDL(Pixel Define Layer)'이라고 불리는 격벽소재다.

PDL은 OLED 패널에서 유기물발광층(EML)의 각 서브픽셀(Sub-Pixel)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구분해 주는 층(Layer)이다. OLED 패널은 적(Red), 녹(Green), 청(Blue)색 빛을 내는 유기 발광물질을 이용해 색상을 표현한다. 각각의 R·G·B 서브픽셀은 증착(Evaporation)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PDL은 유기 발광물질의 증착이 이루어지기 전, 각 서브픽셀의 증착 영역 이외 부분에 형성된다. 이때 적용되는 블랙 PDL이 반사방지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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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L은 각 R·G·B 픽셀이 간섭하지 않도록 구분해주는 역할을 한다.<자료=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편광판 없는 OLED의 등장은 업계에 디스플레이 업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적인 예로 편광판이 필요 없게 되면서 편광판 시장 위축이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일본 스미토모화학 편광판이 많이 쓰였는데, 편광판 없는 OLED가 확산할수록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편광판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스미토모로서는 편광판 없는 OLED가 달갑지 않은 기술인 셈이다.

반면에 블랙 PDL을 만드는 회사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블랙 PDL이 최종 적용되면 새로운 유망 소재이자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

2. 폴더블 최초의 '펜(Pen)'

또 다른 변화는 '펜'이다. 펜 입력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대표하는 기능이었지만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펜 기능을 탑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폴드3에 펜 입력 적용은 유력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용 펜 입력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5월부터 관련 부품을 양산하고 7월에는 폴드3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폴드3의 핵심 개발 과제는 펜 입력 구현이었다. 화면을 좌우로 펼쳐 큰 화면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종이수첩처럼 필기를 가능케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자체도 개발이 어려운데, 펜 입력 기능까지 추가해야 해서다.

펜 입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먼저 펜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부품 '디지타이저'가 폴더블을 지원해야 한다.

디지타이저는 펜의 움직임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주는 입력장치다. 자기장을 감지하는 일종의 센서 기판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 속에 탑재되는 만큼 반복해서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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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의 디스플레이 구조도. 최상단에 커버윈도가 부착되고, 디스플레이 뒤로 디지타이저가 배치된다.<자료=삼성전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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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에 적용됐던 디지타이저.<사진=삼성전자 블로그>

또 펜을 화면에 대고 글씨를 쓸 때 생기는 충격과 압력 등을 견딜 수 있는 커버윈도도 필수다. 커버윈도는 디스플레이 최상단에 배치돼 외부 충격으로부터 화면을 보호하는 소재부품이다. 일반 스마트폰에서는 강화유리가 커버윈도로 쓰였다.

커버윈도는 디스플레이 상단에 붙어 외부 노출되기 때문에 내구성뿐 아니라 디자인적 특성도 갖춰야 한다.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줘야 한다.

삼성전자는 2019년 출시한 첫 번째 폴더블폰에는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커버윈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울트라씬글라스(UTG)'로 불리는 초박형 유리를 상용화한 이후부터는 폴더블폰에 UTG를 쓰고 있다. UTG가 필름보다 심미적으로 더 뛰어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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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의 울트라씬글라스(UTG).<사진=삼성디스플레이>

폴드3에는 펜 입력을 견딜 수 있는 UTG가 탑재될 예정이다. 기존 UTG보다 두꺼우면서 폴더블 특성을 갖춘, 즉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UTG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리는 얇게 만들면 필름처럼 유연해진다. 그러나 얇은 유리는 충격에 약하다. 그렇다고 유리를 두껍게 만들면 유연성이 사라진다. 두께와 유연함은 서로 반대되는 성질인 셈인 데, 삼성은 폴드3에서 최적 솔루션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적용된 UTG는 도우인시스에서 만들었다. 도우인시스는 2010년 3월에 설립된 회사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 투자를 해 최대주주가 됐다. 도우인시스는 터치스크린패널(TSP)용 강화유리, 3D 커버윈도 등을 개발했고 2014년부터 UTG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 입력에 대응할 수 있는 UTG도 도우인시스에서 개발을 담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펜 입력 구현의 또 다른 핵심 부품인 디지타이저는 국내 인터플렉스가 맡았다. 인터플렉스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디지타이저를 공급해온 회사다. 펜 입력과 관련한 핵심 협력사로,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펜 입력을 탑재하기 위해 인터플렉스와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펜 입력이 도입되는 건 세계 최초다. 현재도 폴더블폰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삼성전자가 폴드3에서 펜 입력을 구현하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와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한층 더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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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유리 기술을 최초 상용화해 UTG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3. 보이지 않는 카메라

폴드3에는 내부 메인 디스플레이에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탑재가 추진되고 있다. '언더패널카메라(UPC)'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 밑에 카메라를 배치해 외부에서는 카메라가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UDC에 필요한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하고 있으며,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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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부분의 스마트폰 화면은 카메라 배치 때문에 화면 상단 일부가 홈이 파인 노치 형태나 작은 구멍을 뚫은 펀치홀 형태로 디자인됐다. 그러나 UDC는 디스플레이 뒤로 카메라가 배치돼 노치나 홀이 필요 없다. 이는 기기 전체를 화면으로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노치나 홀이 없는 완전한 '풀 스크린(Full Screen)'을 폴드3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화면 뒤로 배치하면 디스플레이가 촬영을 방해하게 된다. 렌즈로 들어와야 하는 빛이 디스플레이로 인해 굴절되거나 광량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수한 디스플레이 설계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가 배치되는 부분만 픽셀 간격을 넓혀서 개구율을 확보하고 사진 촬영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디스플레이를 설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카메라 부분만 빛이 원활하게 통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서 촬영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이미지센서와 이미지 보정 알고리즘을 적용, 최종 UDC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DC의 최대 장점은 '풀스크린 구현'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폴드3 적용을 목표로 정했다. 폴드는 수첩처럼 화면을 좌우로 펼쳐 사용하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화면에 카메라가 보이지 않으면 훨씬 더 매끄럽고 큰 화면을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폴드3는 삼성전자가 UDC를 적용하는 최초의 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에 따라 폴더블 스마트폰을 전략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은 UDC로 폴더블 스마트폰의 제품 차별화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UDC가 적용된 스마트폰은 빈스마트, ZTE, 오포 등에서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채우지 못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의 UDC 상용화가 스마트폰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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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포가 선보인 UDC 카메라 구조도.<사진=오포>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