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재임기간 거액의 연구수당 수임 논란 등으로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한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이 하루만인 19일 이를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총장은 사의 표명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반면, 홍보팀이 소속된 기획처는 김 총장이 분명 사의를 표명했다고 주장해 상황이 총장과 처장간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노조의 중간평가에 따른 총장 불신임 사태가 총장 사의표명과 사의번복에 이어 참모의 반발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올해 개원 28주년을 맞는 GIST가 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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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이 홍보팀장을 불러 사실상 사의를 번복한 것은 19일 오전 10시께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총장과 동반 사의를 표명한 교학부총장이 홍보팀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그동안 게재된 언론기사에 대한 반박자료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사이 들어온 김 총장이 홍보팀장에게 전날 배포한 자신의 사의 표명이 담긴 보도자료를 회수할 수 없느냐고 질문했다.
홍보팀장이 수많은 언론사가 이미 기사화했다고 얘기하자 김 총장은 서둘러 반박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문제가 된 전날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이 담긴 보도자료는 홍보팀을 책임지는 기획처장이 직접 노트북에 적어온 내용을 홍보담당 직원이 그대로 타이핑해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처장이 노트북에 적은 보도자료는 'GIST 총장과 부총장단은 최근의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였으며, 더불어 GIST 구성원간 서로 화합하여 기관 본연의 목적인 과학기술 인재양성 및 연구의 산실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며 간결하고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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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처장은 홍보팀에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작성하라고 주문했으며 '[긴급] 지스트 보도자료_GIST 총장과 부총장단 사의 표명' 제목이 달린 보도자료는 18일 13시44분에 출입 기자에게 배포됐다.
김 총장은 19일 저녁 전자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내 입에서) 사퇴, 사의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으며 다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면서 “기관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한 내용이라도 기자들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기획처장은 “(김 총장) 사의표명 의사는 처장 5~6명, 2명의 부총장, 교수평의회의장 등 10명 이상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확인했다”면서 “어떻게 총장 사의표명 같은 중요한 내용을 처장 임의대로 작성해 배포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18일 오전은 전날 저녁 김 총장이 노조가 요구한 △학교 발전 태스크포스(TF) 팀 구성 △경영진 교체 △직원 인사위 10인 구성 △인권·차별 방지 정책 시행 등 4가지를 모두 수용하겠다며 노사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밤새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은 교수 30여명이 19일 오전에 총장실로 찾아가 “왜 노조에 굴복하느냐”며 항의하자 김 총장은 다시 노사합의 결렬을 선택했다.
이후 기획처장은 총장과 부총장의 사의표명 의사를 확인하고 10여명의 집행부 간부들이 있는 자리에서 김 총장에게 스피커 전화통화로 문구를 보고한 뒤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는 것이 기획처장의 주장이다.
김 총장은 23일 자신의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며 홍보팀에 관련 자료를 작성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GIST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 직원 223명(휴직자 17명 포함) 중 176명이 참여한 가운데 김 총장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한 결과, 김 총장은 100점 만점에 평균 평점 35.20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 총장이 지난 2년간 급여 4억여원 외 3억원 이상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챙겼으며 김 총장이 한 달의 한번 꼴로 기준과 원칙 없는 무분별한 인사이동를 실시했으며 최근 3명의 여직원이 유산했다며 김 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GIST가 김총장의 과기부 승인을 얻어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받은 것처럼 해명했으나 노조 확인 결과 과기부는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