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6일 그룹 내 성과급 보상 이슈에 대해 “기존에 했던 보상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의 눈높이를 좇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성과금과 인사를 더 정확하고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연봉을 반납하겠다며 직원 달래기에 나서자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직원 처우에 대한 불만이 확산했다. 기본급은 동결되고 오히려 성과급은 지속해서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양재동 사옥 도서관에서 그룹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2019년 10월 이후 두 번째로 열린 미팅에는 남색 카디건에 베이지색 면바지, 회색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정 회장이 임직원의 사전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으며 그룹사 주요 사업장 TV와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정 회장은 “지금 하는 자율주행이나 수소연료전지·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보틱스 같은 부분은 빠르게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 선두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다, 내년이다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UAM이나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이런 부분이 앞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 E-GMP 기반 '아이오닉5'가 출시되고 기아도 'EV6'가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 가시적 성과를 내면 우리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보틱스·UAM 상용화된 모습을 묻자 정 회장은 “휴대폰이 없어지고 로보틱스를 항상 데리고 다닐 것 같다”며 “로봇이든 휴먼노이드든 어떤 형태로든 비서 역할을 할 것 같다”며 “UAM이 앞으로 우리 이동에 대한 요구를 많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해 보상이나 승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직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성과·보상에 대한 변화가 올해 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10년 사이에 수익성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 됐기 때문에 올해 수익성이 많이 개선될 것이고, 수익성이 올라가는 만큼 보상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정주영 창업주가) 가장 중요하게 지킨 것이 신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사업에 성공해서 계속 키워나갈 수 있던 것이 고객에 대한 신용, 당신에게 돈을 빌려줬던 분에 대한 신용이기 때문에 그것이 유일한 답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몽구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것도 품질이며 그것도 곧 신용”이라며 “그 정신을 배우고 반드시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서 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