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는 돈 많고 권세 있는 집안의 자제였다. 방탕함이 어느 누구 못지않았다. 그러다 나이 스물에 일약 북부위란 벼슬에 올랐다. 후광이 없었다면 어림없는 관작이었다.

그런데 조조의 모습이 싹 바뀐다. 호령은 추상같았다. 조정의 부패에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많은 사람은 조조가 처음부터 황위 찬탈을 꿈꾸고 차근차근 실행했다고 여기지만 누군가는 이를 시대의 지극히 당연한 결말로 보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혁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상황에 맞는 도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잘못 택했다가는 아예 망칠 수도 있다. 망치 대신 드라이버를 들어서도, 드라이버 쓸 곳에 망치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이런 상황은 혁신에 대단히 흔하다. 예를 들어 '규모의 경제냐' '범위의 경제냐'도 큰 차이다. 선택에 따라 전략은 정반대가 될 수 있다. 추구해야 할 경쟁 우위에도 차이가 있다. 급진 기술과 생산성에 맞춰 투자할 수도 있다. 그 반대편에선 직원들의 열정이나 고객 관계에 초점을 둔 혁신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세 번째 방식도 있다고 한다. 조언은 두 가지 '혁신의 추' 사이를 옮겨 다니는 방법으로 불린다. 성능 좋은 망치나 드라이버에 매진하는 대신 상황을 따져 뭘 쓸지 잘 판단하는 능력이 좋은 혁신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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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누군가는 전자를 딱딱한 경성 방식, 후자를 소프트한 연성 방식으로 각각 부르기도 한다. 실상 이 연성 방식의 성공담으로 누군가는 제너럴일렉트릭(GE)을 든다.

그 가운데 하나는 '페이고'라는 모델이었다. '페이-애즈-유-고'의 준말인 이것은 고객에게 판매와 대여 사이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후자라고 수익이 낮은 것은 아니다. 고객에겐 위험성은 적고 수익 기반의 지출을 할 수 있으니 이 편리함의 추가 비용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는 셈이다.

휴대용 심전계도 이런 예에 해당한다. 어디에 설치하고, 쓸 게 아니라면 무게나 크기는 큰 문제가 된다. MAC400이란 심전계는 가격은 10분의 1, 무게는 5분의 1로 줄인 제품이었다.

가격을 낮추자니 부품은 기성품으로 썼다. 개도국에 맞춰 개발했지만 미국으로 가져와서는 긴급출동용으로 인기 있었다. 심지어 후속 모델 MACi는 검사 비용을 1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브이스캔(VScan)이란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도 이런 유형의 하나다. 누군가는 의사 손에 들려있을 필수품으로 체온계, 청진기 또는 브이스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현대식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에게는 아니겠지만 시골병원이라면 이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을 터였다.

GE의 연성 혁신을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이런 유연한 혁신 방식을 성공조건이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그 대신 6시그마로 불린 품질 경영 기법을 '두 개의 추' 가운데 다른 하나로 이미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라고 한다.

삼국시대 허소라는 이는 조조를 “태평성대에는 유능한 신하이지만 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의 상”이라고 예견했다고 전한다. 이 인물평엔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명신과 간웅의 차이는 크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은 하나의 세상이라 말한다.

GE는 36년 동안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멀트라는 나름 다른 색깔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쳤다. 어찌 보면 난세형과 치세형 CEO였음직도 하다. 물론 시대가 그들을 등판시켰고, 저물게 했을 것이다. 마치 '치세능신 난세간웅'의 고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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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