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구성원을 채용하면서 개발을 내재화하고 동시에 신규 서비스까지 개발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달리는 자동차에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과 같은 도전이었습니다.”
김현주 디쉐어 상무(IT개발본부장)는 지난해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교육업체 전반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그는 회사 내부에 자체 개발 조직을 구성하고 안정화하는 과제까지 맡았다.
디쉐어는 온·오프라인 융합 학습법인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을 자랑한다. 디쉐어는 강의력이 뛰어난 강사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전국 90여개 직영 지점 강사들이 오프라인에서 학생을 일대일로 밀착 관리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러한 학습 방법은 교육효과를 극대화했고, 디쉐어가 2011년 창업 10년 만에 7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면서 고속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2019년까지 디쉐어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는 외주 개발업체가 진행했다. 작년 김 상무를 최고개발책임(CTO)으로 영입하면서 '기술 개발 내재화'를 추진했다.
김 상무는 “기술 내재화 본질은 고객과 사업이 원하는 서비스를 정확하고 빠르게 출시하는데 있다”면서 “핵심 기술이 회사 내부에 자산화되고 내재화 진척에 따라 개발 생산성과 품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단순히 개발팀 채용에 그치지 않고, 교육현장에서 직접 서비스 장단점을 파악했다. 디쉐어는 작년 새로 영입된 C레벨(CTO·CFO·CHRO·CMO) 임원 모두에게 직영학원 영어강사로 3개월 동안 일하도록 했다. 그는 1월 2일 출근과 동시에 3주 동안 스파르타식 강사교육을 받았다. 원장, 부원장, 동료강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강의실습과 평가를 똑같이 진행했고, 실제로 서울교육청에 영어강사로도 등록했다.
“오전에는 회사로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학원이 문을 여는 오후에는 집 근처 강동구 학원으로 가서 학생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그 결과 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솔루션과 학생, 강사, 학원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됐다. 학습에서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김 상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교사를 대체할 수는 없고 교사를 보조하는 역할로 확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디쉐어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초 내부 개발 프로젝트인 영상 수업 서비스를 4개월 만에 최소기능제품(MVP)으로 개발해 8월 오픈했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수도권 오프라인 학원 집합금지에 대응할 수 있었다. 신규 서비스 개발도 빠르게 이뤄졌다. 작년 9월 영어 내신 문제 은행 서비스 '내모(내신의 모든 것)' 초기 버전을 선보였다. 1년여 만에 외주 개발 내재화는 물론 'AI개발팀'까지 포함한 5개 개발팀의 IT개발본부 체제가 구축됐다.
최근에는 고객경험(UX)을 대폭 개선한 내모 1.5 버전을 오픈했다. 올해 학생 맞춤형 문제 개선, 학습 분석 리포트 고도화, 변형 문제 제공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는 중·고등 영어 학습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적용 과목과 영역을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교육계는 보수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회와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쓰여 안정성이 확보된 기술만을 골라 가장 마지막에 도입하는 분야가 바로 교육”이라며 “국내 에듀테크의 다양한 시도 중에서 결과적으로 실제 학습자 성적 향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서비스가 에듀테크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