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 지정에 대한 민·관 수요가 높아지면서 개인정보 비식별화 솔루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받으려는 기업·기관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에 솔루션 공급업체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K사, L사 등 민간 기업이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관과 기업은 개인정보 비식별화 전문업체를 접촉하면서 결합전문기관 지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되려면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부터 마쳐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결합전문기관으로 승인된 뒤 시스템을 구축해도 됐지만,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지정 심사를 받기 전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결합전문기관 지정을 준비하는 기업은 신청에 앞서 운영 조직과 시설, 시스템, 정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 3명을 포함한 8인 이상 담당 조직을 꾸리고 결합, 추가 가명처리, 반출 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이다. 데이터와 네트워크에 대한 보안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엔텀네트웍스, 이지서티, 파수 등 보안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사는 수요기업에 결합전문기관 지정을 위한 컨설팅과 함께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가명정보 결합을 위한 하드웨어(HW)부터 서비스용 포털 구축까지 진행 중이다.
차연철 엔텀네트웍스 연구소장은 “민간과 공공 시장에서 결합전문기관 준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라면서 “인력 구성을 위한 컨설팅 중심 용역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지정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보니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를 탄탄히 해서 지정 심사를 통과하자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심사 통과를 위한 컨설팅, 자문, 교육을 함께 서비스하는 형태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합전문기관 지정 수요처 가운데서 대기업 움직임도 활발하다.
차 소장은 “대기업은 데이터 공유를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결합전문기관 수요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원한다”면서 “대기업과 금융지주 위주로 결합전문기관 지정 수요가 늘고 있으며 실제 가명정보 처리 솔루션까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지서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삼성SDS, SK주식회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금융결제원에 개인정보 비식별화 솔루션을 공급,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 지정을 도왔다. 금융결제원은 결합전문기관 지정을 위해 이지서티 솔루션을 도입한 뒤 지난 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정 승인받았다.
파수 역시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한 민·관 시장에 결합전문기관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 분야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된 뒤 시스템 구축을 위한 본 사업자로 파수를 선정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 초기부터 관여해 온 만큼 수요처별로 특화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고시한 인력, 시설·장비, 재정요건 등을 충족한다고 인정된 곳이다. 가명정보 결합 신청을 받아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익명 또는 가명처리한 결과물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는 지난 1월 NIA, SK주식회사, 더존비즈온을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했으며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통계청과 삼성SDS를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