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은 국내 유통산업 역사에도 중요한 변곡점이다. 쿠팡의 걸음은 e커머스 혁신의 발자취가 됐다. 과감한 배송 모델을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든 쿠팡은 '게임 체인저'를 넘어 '한국의 아마존'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2010년 8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한 쿠팡은 이후 로켓배송 사업 모델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밟았다. '쿠폰이 팡팡 쏟아진다'는 의미를 가진 사명처럼 당초 쿠팡은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출발했다.
2012년 업계 첫 가입자 1000만명 돌파로 승승장구했지만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시장 지배자로 도약하기 위해 소셜커머스 사업에서 직매입 커머스 회사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특히 2014년 선보인 로켓배송 서비스는 '유통과 물류의 시너지'라는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며 시장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로켓배송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직접 배송 서비스다. 비용 절감을 위해 배송 업무 외주화가 당연했던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직매입·배송이라는 자체 물류 모델을 도입했다. 승부수는 적중해 2013년 47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약 13조2500억원까지 치솟았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설립 11년 만에 국내 최대 e커머스 사업자로 등극하게 만든 핵심 원동력이다. 직매입을 바탕으로 한 빠른 배송 시스템은 이제 유통업계 표준이 됐고, 쿠팡 등장 이후 국내 유통산업 미래 역시 물류와 정보기술(IT)이 됐다. 로켓배송 서비스가 현지 기관투자가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쿠팡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쿠팡의 걸음은 빠른 배송에서 멈추지 않았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로켓배송뿐만 아니라 로켓직구·쿠페이·쿠팡이츠·마켓플레이스·로켓와우·제트배송·쿠팡플레이 등 혁신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초대형 물류 인프라에서 시작되는 쿠팡의 서비스는 첨단기술 물류 설비와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로켓배송, 원터치 간편결제 기술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지난해 분사한 간편결제 법인 쿠페이의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역시 배달 시장 상위 서비스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올해 들어서도 쿠팡은 '아마존 프라임'과 유사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며 멤버십 강화에 나섰고, 로켓직구 사업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풀필먼트 서비스 '제트배송'도 제3자물류(3PL)까지 영역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쿠팡의 10년 성장을 이끈 김범석 창업자는 지난해 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각자대표 체제 아래 전문화된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미 증시 상장 임무를 완수한 김 의장은 쿠팡의 새로운 10년 미래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