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글로벌 플랫폼사업자에 날개를 달아주는 온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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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 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책이나 법률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은 다반사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치열한 논쟁과 차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사회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민주주의 운영원리다.

그런데 온플법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이 같은 원칙은 무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동이 양을 몰듯이 “방향과 일정을 정해 놓고 논의를 끌고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온플법 입법예고 기간에 다수의 전문가와 이해당사자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원안은 크게 수정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정부안' 형태로 제출됐다. 국회 논의 과정도 다르지 않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에 제출된 온플법이 “정부에서 마련한 단일하고 합의된 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플법이 “기존 관련법과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와 정보통신 전문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적은 한 귀로만 듣고 다른 한 귀로는 흘리고 있다. 마치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서라도 옷을 만들겠다는 기세다.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행위를 전방위로 규제하는 특별법의 제정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의 핵심이다. 이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정위는 '최소 규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온플법 제정이 '규제 폭증' 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자칫 시장의 혁신 의지를 꺾고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마저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크게 염려된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난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 추진을 선언했다. 빅데이터(D)·네트워크(N)·인공지능(A) 중심의 DNA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디지털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에 대한 혁파를 역설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기반 마련을 명분으로 '규제 종합세트'와 다를 바 없는 온플법 입법을 추진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 비대면 산업 등 진흥을 위해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정책과 공정경쟁을 위해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상호 충돌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창의력, 혁신 의지, 자율 규제로 성장해 온 대표 산업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공정위는 전가의 보도처럼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 입법 사례를 온플법 제정 추진의 근거로 들고나왔다. 그러나 이들 입법 사례는 목표가 명확하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사업자로부터 자국 시장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의 지적처럼 온플법의 대표 규제 대상인 토종 온라인 플랫폼은 거대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급한 규제 도입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에는 족쇄를 채우고, 반대로 글로벌 플랫폼사업자에는 날개를 달아 주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는 신중함과 '힘의 논리' 대신 '논리의 힘'이 관철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kos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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