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이라고도 불린다. 산타클로스 얘기도 이렇게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간신히 뜬 아이의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밤에 다녀갔다고 하는 식이다. 착한 아이여서 좋은 선물을 준 것 같다는 얘기에는 은근 그러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도 섞여 있기 마련이다. 물론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이들의 행동에 어렴풋한 차이도 보인다. 착한 아이라는 표현에는 착한 마음뿐만 아니라 드러난 행동도 은연중에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러니 고객의 취향 예견은 필수다. 구매 의도가 높게 나오면 그제야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곱씹어 봐야 할 게 있다. 그렇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작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사실 구매 의도란 것은 온전히 믿기가 어렵다. 소비자가 거짓말한 탓이 아니다. 믿음과 행동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틈이 있다. 그러니 제품 혁신은 기댈 것이 적은 위험한 작업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그럴듯해 보이는 조언은 있다. 이것의 전략은 간단하다. '말보다는 행동을 신뢰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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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타이드'는 두말할 나위도 없는 최고 브랜드이다. 반세기 동안 세제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앞으로 반세기 더 그럴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 모기업인 P&G의 제품 개발도 정체되고 있었다. 기술 개발에 경쟁 기업보다 두 배나 투자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잘 알려진 커넥트 개발(C&D)이란 방법도 써 봤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뭔가 혁신 성공률을 높일 방법이 필요했다. P&G는 '구매학습실험'이란 방법을 써 보기로 한다. 어찌 보면 간단하지만 차이는 크다.

방대한 조사와 계획이 만든 확신으로, 대량생산·대량유통과 반대다. 일단 소량을 생산해서 뿌려놓는 것이다. 구매 의향을 묻는 대신 소비자의 지갑이 말하게 했다. 대규모 판매가 아니니 유통 채널도 가벼워졌다. 온라인 매장, 쇼핑몰 자판기, 팝업스토어와 거기다 회사 매장 및 카페테리아에도 풀어 둔다. 그리고 '구매 의향' 대신 '구매 취향'을 보고 제품을 추려 내고, 기능을 조정했다.

여기에 제품혁신 전략도 명료히 했다. 첫째는 '조금 더 나은' 혁신이라 불렀다. 기존 제품에서 좀 더 나은, 좀 더 싼, 좀 더 편리한을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판매 지향 혁신이다. 기존 제품에 설득력을 입히는 것이다. 셋째는 와해성 방식이라 불렀다. 탈취제나 실내용 청소 용구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지금 페브리즈와 스위퍼는 잘나가는 제품이다. 넷째로 혁신 지속성 혁신이란 카테고리도 하나 더 넣었다. 다른 노화 방지 크림보다 우수하고 병원 방문보다 저렴하다면 시간 들여서 투자할 만하다고 봤다.

어찌 보면 P&G의 성공은 예정된 결과다. 매년 제품 개발에 20억달러를 쏟아붓고 시장조사에 4억달러를 쓸 수 있는 기업이 어디 흔한가. 그러나 매년 2만번의 시장조사로 풀지 못한 것에 해답이 됐다면 작은 혁신은 아닌 셈이었다.

그런 만큼 이들의 결론은 흥미롭다. 거기다 우리 경험도 “말보다는 행동 아니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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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