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하늘이 내려준 노다지, 기상기후데이터

Photo Image
박광석 기상청장

바야흐로 데이터 홍수 시대다. 너도나도 데이터를 수집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분주하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을 채굴한다는 의미의 마이닝이라는 표현을 써서 '데이터 마이닝'이라 한다. 카드 사용 실적, 포털사이트 검색 기록 등 인간 활동이 만들어 낸 데이터 광산에서는 이미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채굴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아직 모르고 있는,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데이터 광산이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사람들이 찾아보는 날씨 정보 집합체인 자연이 만드는 데이터, 바로 '기상기후데이터'이다.

기상기후데이터는 기온·습도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짧게는 매분 단위, 전 세계가 일관된 형태로 100여 년 동안 함께 관측하고 공유하는 데이터다. 우리나라 근대 기상기후데이터는 100년이 넘게 축적됐다. 이 순간에도 하루 52.4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데이터가 매일 생산되고 있다. 영화 26만6000편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는 전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를 증명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체로 빅데이터는 양, 생성주기, 다양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을 띤다. 이를 모두 충족한 기상기후데이터는 그야말로 활용성 높은 최적의 빅데이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상기후 데이터를 통해 '기후변화'를 증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떤 보석을 채굴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모 홈쇼핑 업체가 기상기후데이터를 활용해 수익 창출에 직접 기여한 사례가 있다. 겨울상품 판매에 한파 예상 날짜와 같은 기상정보를 활용해 방송 일정을 약 열흘 앞당기고, 기상기후데이터를 분석해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특정 원단으로 만든 의류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결과를 활용함으로써 겨울 의류 판매 실적이 약 30% 향상됐다고 한다.

충청 지역 농업기술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파파야, 바나나와 같은 아열대 작목 재배 연구를 추진했다. 재배에 중요한 일교차 등을 분석해 파파야가 국내 환경에서 4월 말에 심어야 고사율이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를 활용해 충청도는 고추, 배추 등 기존 작물에 이어 아열대 작물이 농가 소득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상기후데이터 활용이 더 활발하다. 개인에서부터 여러 분야의 기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모 운송 회사는 기상기후데이터를 분석한 기상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와인과 같이 덥고 추운 날씨에 민감한 화물을 식별, 운송 과정에서 기상 조건에 맞게 배송될 수 있도록 경로와 시간을 조정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통해 배송 시간 절약은 물론 반품과 악성 후기로 인한 고객의 손실을 방지하고 있다.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도 기상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요트를 취미 또는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기상자료를 분석해서 항해하기 좋은 경로와 시기를 정한다. 바람 조건, 파도, 해류와 같은 해상 조건과 요트 특성을 함께 고려해 악천후를 피하거나 빠른 항해를 위한 경로를 결정하는 것이다. 최적 경로로 운항할 경우 연료 절약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우리가 흔히 보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날씨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확인됐다. 미국의 한 기상컨설팅 업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흐린 날씨에는 집에 머무르면서 영화와 같은 긴 영상을 시청하고, 여행하기 좋은 날에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짧은 영상을 본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 업체는 영상 조회 실적을 높인다.

이처럼 기상기후데이터 활용 범위는 개인과 산업 및 경제 활동에까지 미치며, 그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기상청에서는 누구나 기상기후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상자료개방포털과 개방형 응용프로그래밍개발환경(API)을 통해 기상기후데이터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날씨가 돈이 되는 기후경제 시대이다. 기상기후데이터 활용을 시도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박광석 기상청장 kmanews@korea.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