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광기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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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뜨겁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정도가 심하다. 지금껏 쌓인 분노가 이념 싸움처럼 번졌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제화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서로 날을 세우고 있다. 건설적인 논의는 실종됐다. 조롱에 가까운 비판과 알맹이 없는 변명만이 남았다. 무엇을 어떻게 규제하고 개선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분노가 게임사 면박으로만 표출되는 형국이다.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찬성론자조차 '광기의 시대'라고 부르는 지경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다루는 이슈에서 '어떻게'는 빠져 있다. 확률 자체를 규제하자니 상품 구성이 다 똑같은 게임만 남을 판이다. 확률은 재미와 연관되지만 이를 규제하면 무늬만 다른 게임이 된다. 그렇다고 확률 수치만 공개하자니 현행 자율규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신뢰성, 지나치게 낮은 확률, 검증 등 기존에 제기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내 게임사 역차별 문제 역시 발생한다. 단순히 “게임사는 못 믿겠다. 법으로 규제하자”며 소리만 지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항해시대2'를 하면서 바다를 동경해 해군에 들어가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 '쿤켄'을 보고 싶어 스웨덴을 다녀온 '겜돌이'로서 이용자의 불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임업계가 자초한 일인데 '억울하다'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화도 난다. 게임사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용자가 믿지 않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이를 이용자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그렇다고 국내 게임사와 게임을 무조건 부정 시각으로 몰아붙여도 곤란하다. 잘못된 점은 고치면 된다. 국회가 법을 개정해서 시스템을 바꾸든지 게임사가 이용자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든지 하나씩 개선하면 된다. 그래야 산업이 과도하게 규제되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분노를 내려놓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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