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을 통한 스타트업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실패가 아닌 성공 사례입니다. '스타트업 엑시트 명예의 전당'을 조성해 재창업·재투자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야 합니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3일 개최한 '스타트업 Exit 생태계 전략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밝혔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신규 상장기업 수는 약 72개로 연평균 스타트업 창업이 1만건인 점을 비교하면 스타트업이 꾸준히 성장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를 할 수 있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즉 IPO 중심 회수시장 환경은 나머지 99.3% 스타트업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창업 초기 단계에서 300만달러 내외 M&A를 통한 엑시트가 대다수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하다”면서 “마라톤 레이스를 완주해 IPO에 도달하는 스타트업이 있더라도 단거리, 중장거리만 완주하고도 엑시트에 성공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한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M&A를 소위 먹튀 내지는 기업경영 실패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뛰어난 사업모델과 투자유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 뒤 유관산업 내 빅 플레이어에 인수되는 M&A는 칭찬해야 마땅한 스타트업 엑시트 성공 사례라는 평가다.
M&A를 통한 엑시트가 스타트업 성공의 보편적 경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와 같은 전략적투자자(SI) 역할이 더 중요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대기업·중견기업이 스타트업 지분을 일정 규모 이상 인수할 경우 계열사에 대한 각종 의무를 지는데 이는 SI로 하여금 스타트업 지분 인수에 부담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대기업·중소기업이 특정 스타트업 인수를 검토할 때 지분 취득에 따른 각종 의무를 일정하게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소프트 랜딩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 비즈니스 엔젤인 '페이팔 마피아'처럼 국내에서도 '카카오 마피아' '배미 마피아'와 같은 선례가 등장하고 창업자 명예를 높이기 위한 '엑시트 스타트업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져야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페이팔 마피아는 미국 전자결제 시스템 회사 페이팔 창업자들이 2003년 이베이에 매각한 자금을 밑천 삼아 창업자·투자자로 거듭나며 형성된 그룹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유튜브의 스티브 첸 등이 대표적 일원이다.
유 교수는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는 창업자나 투자자에게 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활력을 부여하는 명예로운 일”이라면서 “성공한 창업자가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거나 후배 창업자를 육성하고 투자하는 비즈니스 엔젤로 거듭나 성공 열매를 사회 발전에 나누는 모범 사례가 많아져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