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다시 시작된 금융공기업 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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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에 정치인이나 관료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내정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박상진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신임 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상임이사는 사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임기는 2년이다. 박 전 위원은 지난해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전임 김영길 상임이사도 여당 측 인사다. 김 전 이사는 민주당의 정책위원회 정책실장과 수석전문위원 등을 거쳤다.

지난해에는 이한규 전 민주당 정책실장이 예보 감사 자리에 앉았다. 여권 출신 인사 3명이 잇달아 예보 고위직을 차지한 셈이다.

예보는 국내 공기업 가운데에서도 여권 출신 상임이사가 많은 기관으로 꼽힌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말 기준 예보 상임이사는 총 7명이며, 이 가운데 여권 출신이 3명이다.

예보는 과거부터 친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높은 연봉 등 대우가 좋지만 세간의 관심에서 비껴나 있는,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거론된다. 친정권 출신이 공공기관에 대거 자리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월 한국수출입은행 상임감사로는 김종철 전 법무법인 새서울 변호사가 임명됐다. 수은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명 절차만 거쳐 감사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기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 상임감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법학과 동문이자 대선캠프에서 법률자문역을 수행했다.

현 정부가 내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 공약은 무색한 상황이다. 금융기관에 정부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되는 한 금융 산업 혁신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물론 관련 인사들의 능력이 출중해서 모셔 가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이은 여권 인사의 공기업 상임이사·감사 임명은 해당 공기업의 임직원과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등 무리한 인사다. 금융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낙하산 문화는 국민이 가장 경계하고 싫어하는 단어의 하나다.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허물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이 요망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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