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오라클, SAP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를 제3자 전문 업체에 맡기는 시대가 열렸다. 이보다 앞서 민간기업은 비용절감과 클라우드 전환으로 인한 SW 이용 구조 변화 등을 이유로 유지·보수 전문 업체를 채택하는 곳이 늘었다. 공공도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국내 SW 유지·보수 시장 전반에 걸쳐 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역난방공사가 SAP·오라클 SW 유지·보수 서비스 전문 업체 리미니스트리트와 다년간 서비스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지역난방공사는 그동안 전사자원관리(ERP), 데이터관리시스템(DBMS) 공급 업체인 SAP와 오라클로부터 유지·보수 서비스도 함께 제공받았다. 앞으로는 이들 대신 글로벌 제3자 서비스 제공 업체인 리미니스트리트로부터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리미니스트리트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테스트 결과 안정성 등에서 문제가 없다고 확인, 다년간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SAP와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은 고객사로부터 해마다 SW 구매 금액의 20∼25%를 유지·보수 비용으로 받는다. 리미니스트리트 등 SW 제3자 유지·보수 전문 업체는 유지·보수 비용을 50% 이상 절감하면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제3자 SW 유지·보수 전문 서비스는 국내 민간 분야에서 이미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CJ㈜,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중견기업이 리미니스트리트와 계약해 SW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고 있다. 올해도 분야별 주요 기업이 오라클, SAP 등 글로벌 SW 기업과 재계약 대신 SW 유지·보수 전문업체 서비스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를 시작으로 공공도 SW 유지·보수 전문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외는 이미 전문 서비스 도입이 활발하다. 미국의 주요 주를 비롯해 보안이 중요한 이스라엘 국방부, 호주 대법원 등도 기존 오라클 유지·보수 계약을 해지하고 전문 업체와 계약했다. 국내도 지역난방공사 외에 주요 공사와 공공기관, 부처에서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SW 유지·보수 전문 업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구조 변화 요인이 크다. 특히 클라우드를 채택하는 기업이나 공공이 늘면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서비스 모델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중장기로 제3자 SW 유지·보수 이용이 확대되면 글로벌 SW 기업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AP, 오라클 등 글로벌 SW 기업은 연매출의 30∼50%가 유지·보수 매출에서 발생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국내 한 대기업이 유지·보수 전문 업체와 계약하려 했을 때 글로벌 SW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임원이 직접 방한, 기업을 설득했다”면서 “유지·보수 계약 해지 분위기 형성은 글로벌 기업에 치명타로 여겨진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SW 기업의 안정된 매출 창구로 여겨져 온 유지·보수 매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