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 관점에서 미디어는 새로운 변종이 출현한 뒤 다양한 종으로 분화되고,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대표 종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판도라TV(2004년)·아프리카TV(2006년)·다음 tv팟(2007년), 미국은 넷플릭스(2007)·애플TV(2007)·주스트(2007)가 1세대 OTT로서 기존 미디어 틀을 깬 혁신형 변종이었다.
이후 지난해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거치며 이용이 급증, OTT가 사실상 주류 미디어로 위상을 띠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웨이브, 티빙, 왓챠, 시즌, 쿠팡플레이, 유튜브, 넷플릭스 등 7개 OTT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곧 디즈니플러스도 진입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은 다양한 OTT가 출현하며 분화 단계에 진입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올해 국내 OTT 시장은 디즈니 플러스까지 포함, 치열한 8강전이 펼쳐진다. 향후 경쟁 과정을 거쳐 4강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짙다.
관전포인트1 '경쟁'. 초기 국내 OTT와 글로벌 OTT 간 경쟁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글로벌 OTT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추정치이지만 지난해 넷플릭스 국내 매출은 약 5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업 매출액 기준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중 LG헬로비전보다 적지만 SK브로드밴드 Btv 케이블(옛 티브로드)보다는 큰 규모다.
가입형 OTT(SVoD) 가입자 수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가 약 40%로 21%의 웨이브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 관점에서 큰 변수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디즈니플러스 국내 시장 진입이다. 다른 하나는 쿠팡플레이, 네이버TV, 카카오TV 등 신규 사업자들의 선전 여부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시장 진입 이후 국내 OTT의 경쟁 판세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디즈니라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보유한 막강한 서비스 포트폴리오와 콘텐츠 경쟁력 때문이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글로벌 시장 가입자 수는 1억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가 2007년 서비스 개시 이후 10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것을 돌이켜보면 경이로운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 전후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와 콘텐츠 라이브러리로 대표되는 콘텐츠 경쟁력 위력을 보여준 사례다.
쿠팡플레이는 미디어 모객 기능을 이용, 커머스 플랫폼과 연계 활용하는 아마존 프라임 모델과 흡사하다. 국내 시장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아마존 프라임이 넷플릭스 다음으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1억3500만명) 2대 세계 플랫폼이다. 커머스와의 연계를 본격화할 때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발휘되는지에 따라 국내 OTT 시장 구조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관전포인트2 '콘텐츠'. 국내 OTT 단기 시장은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경합할 공산이 커 보인다. 콘텐츠 기반 경쟁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단기간에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OTT 체력이라 볼 수 있는 재원의 소모가 심하고, 이러한 재원 소모가 가입자 확보와 수익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폰지 게임'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 경쟁은 미디어 재원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방송프로그램 제작 재원을 OTT 제작 재원으로 흡수하는 것 이외에 '승리호' 사례처럼 영화 제작 재원까지 OTT 영역에서 흡수할 개연성이 생겼다. 2021년 CES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콘텐츠 경쟁은 단거리 경주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기존 성공 모델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우 자칫 단기 체력을 과도하게 소진해서 '성공의 함정'에 빠질지 여부, 향후 국내 OTT 시장은 머니 게임 중심으로 흘러갈지 여부가 중요한 부분이다.
관전 포인트3 '정책'. 지난해 6월 범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이 발표됐다. 이후 OTT 시장을 두고 부처 간 경쟁이 심화했다. 외견상 개별 부처가 최소규제 원칙에 따라 진흥 중심 정책 수립을 추진하지만 시장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대두됐다.
OTT 시장에 대한 진흥은 간사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기능을 총괄 수행하도록 해서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동태 부조화' 억제를 위해서는 과기정통부가 1차 책임을 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그럼에도 올해는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OTT에 대한 정책 관할권이 어떤 논의를 거쳐 어떻게 재편될지가 중요한 관심사이다.
올해는 국내 OTT 시장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우리나라 콘텐츠는 글로벌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았다. 국내 OTT 시장 활성화, 특히 토종 OTT 사업자의 성과와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2002년 6월 22일 한일 월드컵 8강전이 있었고, 승부차기 끝에 4강 신화를 이룬 기억이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국내 OTT 8강이 어떻게 수렴될지 알 수 없지만 국내 OTT 시장 활성화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다시 한 번 도모할 시점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jkwlee@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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