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재부만 욕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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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연일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정치권 중심으로 비난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정세균 총리는 최근 손실보상제 재원과 관련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혹독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성 의도가 깔렸다는 안팎의 해석이 나왔지만 파장은 컸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개혁 저항 세력으로 규정되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기재부 내부에서는 허탈감이 상당했다는 분위기다. 이보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전쟁 중에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정확한 발언 배경은 알 수 없다. 정치권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기재부를 향한 경고성 멘트였는지 여론몰이를 위한 정치적 수사였는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사실 모호한 말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정확한 비판은 국민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내용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갑 입장에 있는 공무원을 군기 잡듯이 하는 모습에 속이 시원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발언이 주는 파장이다. 배경에 앞서 기재부를 향한 무차별 공격으로 어떤 득실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기재부가 반발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기재부의 가장 큰 역할은 '곳간지기'다. 정부 살림을 책임진다. 세수와 세출 균형을 맞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정치권에서 원하는 대로 물 쓰듯 지출하면 곳간은 거덜날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치 권력은 정권에 따라 한시적이지만 기재부는 부처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영원하다. 최소한 정치권보다는 멀리 내다보며 재정계획을 운용한다. 정치권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맡은 역할에 충실할 따름이다.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대증적인 인기를 좇지 말고 대안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속 시원한 발언은 사이다처럼 통쾌할 수 있지만 갈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정책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정치인이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정치인, 공무원 모두 뛰는 길은 하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 정책을 내놓는다. 총론은 비슷하지만 각론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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