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성평등자문위원회 곧 출범
법사위, 권한-기능 조정 조속 논의
취약계층 통신비 자동 감면 추진
연구 환경 열악..과기인 처우 개선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한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헌정사 최초 변화를 이뤄낸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새로운 여성상'과 '여성의 정치적 모델'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국회에서는 조만간 성평등 국회를 위한 자문위원회가 출범한다. 자문위원회는 국회 내 성평등 문화를 만들고, 여성들의 정치·사회적 역할을 증진시키는 일에 앞장선다. 자문위 출범 과정에 김 부의장이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국회 내 제도적 개선이나 정치문화 변화를 이끌어 노력해 나간다는 포부다.
그는 올해 숙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를 꼽았다. 고용과 사회안전망의 공고화,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거버넌스 구축, 기후 변화와 미래에 대비하는 전략산업 육성 등 관련 입법을 준비할 방침이다. 상임위원회의 경계를 넘는 의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 운영의 유연성도 높이겠다고 전했다.
동시에 올해 국회가 제대로 일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연말 상시 국회운영과 상임위 중심주의를 담은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됐는데, 이를 계기로 2021년은 '일하는 국회' 원년으로 삼는다. 특히 그동안 정쟁 근원이 된 법제사법위원회 권한과 기능을 조정하는 문제도 조속히 논의하고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도 적극 활동한다. 취약계층 통신비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피며 상반기 내 관련 입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대담=김원석 정치정책부장
-국회 첫 여성 부의장이 되시고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소회는.
▲헌정사 처음으로 여성 부의장으로 선출된 것이 감개무량하다. 한편으로는 73년 만에 여성 정치인이 의장단에 참여하게 된 부분이 너무 늦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첫 번째 의장단에 참여한 여성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변화, 여성의 새로운 정치적 모델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보람 있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정치 민주주의 발전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대의민주주의 장인데,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중요한 역할로 상징되는 것들이 그런 면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회부의장으로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추경예산과 올해 본예산을 시한 내에 처리하고 권력기관 개혁 입법도 성과를 냈다. 어려움 속에 이룬 성과이지만 협치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틈틈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여러분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들었다. 의회 외교 일환으로 신남방 핵심 협력국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푸안 마하라니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러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한-인니 CEPA협정 조기 발효 등 양국 협력에 관한 공감대도 이끌어냈다.
-올해 이것만은 해보겠다는 목표가 있는지.
▲무엇보다도 여성 정치참여 확대, 국회의 성평등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려고 한다. 국회에서 여성 역할을 증진시키는 일 등이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곧 성평등 국회를 위한 자문위원회가 출범한다. 임기 중 성평등과 관련된 여성들 정치 참여의 중요한 의제들이 국회에서 다뤄지고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도 있지만 지방선거도 있다. 여성들이 많이 약진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할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경기도지사 등 지방선거 출마 계획은 있는지.
▲직접 내가 출마할 생각은 없다. 전체적으로 지방선거에 여성들 참여가 늘어나긴 했는데, 아직도 부족하다. 여성들이 지자체 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으로 많이 출마하고 당선돼 지역 정치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가 젠더 선거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 시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두 곳 광역시에서 보궐 선거가 있는데 여성 시장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에 단체장이 한 명도 없었다. 공천 받은 적도 별로 없었고, 당선된 사람도 없었다. 이번 뿐만 아니라 다음 번 지방선거에서는 17개 광역 단체장 가운데 여성이 한 명 이상 배출됐으면 한다.
-전반기 부의장으로서 올해는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지.
▲일하는 국회법이 지난번에 통과됐지만 법사위 역할과 위상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통과시켰다. 그동안 정쟁 근원이 된 법사위 권한과 기능을 조정하는 문제도 조속히 논의되고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아직 야당 국회 부의장을 선출 못하고 있다. 여야 긴장 관계 속에서 어렵게 21대 국회를 7개월 진행했는데 어려운 가운데에도 예산이나 본예산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다. 검찰개혁 등 개혁 법안도 통과를 했는데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런 부분을 올해는 제대로 입법해야 한다.
-법사위는 어떤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는지.
▲법사위가 체계 자구 심사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사위에서 다시 법을 심의하는 상원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법사위가 늘 문제가 된다. 법사위원장 자리가 항상 걸림돌이다. 법사위 역할과 체계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상임위 상원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 역할은 해소돼야 한다. 불필요한 법사위를 두고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과방위 위원으로서도 역할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드러난 해였다. 국회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는지.
▲20대 국회 마지막에 대대적으로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딥페이크, 텔레그램 사건, 온라인그루밍, 최근 AI 이루다 윤리 문제까지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에서 빠른 확산속도, 재생산 가능성을 고려할 때 오프라인 성범죄보다 더욱 엄벌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 문제는 국제 공조가 없으면 상당히 어렵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 협정(사이버범죄 국제조약) 가입 등 국제공조 노력이 필요하다. 추가로 이용자 처벌뿐 아니라 온라인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온라인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국회는 대대적으로 법률을 개정해 '국내대리인 제도'를 도입했지만 도입 후 2년 가까이 활용된 사례가 전무하다. 부처가 집행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국회는 법률 개정했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점검하고 보완해가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상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잡아내고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 자체가 다 함께 이뤄져야 하는 숙제다. 전 세계 공통 숙제다.
-민주당 소확행 특위 1순위 과제가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이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구상중인 정책이나 입법 계획은.
▲취약계층 통신비 문제는 지난해 국감에서 중점적으로 살폈던 사안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2017년 말부터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비 감면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상자 중 300만명이 제도시행 자체를 몰라 감면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금액이 4000억원에 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에서 소확행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에서 '통신비 감면 자동 TF'를 꾸렸다. 지난해 12월 30일 '전국 지자체 어르신·취약계층·장애인 통신비 감면 자동 100%도시 만들기 협약식'을 진행했다. 통신비뿐 아니라 전기, tv수신료, 난방비 등 4대 사회보장서비스 비용 할인을 100% 자동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당정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복지부 등과 관련 부처와 협의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논의 중이며 상반기 내 입법할 계획이다.
-ICT 인재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과학기술 인재 확보 중요성은 계속 강조하는 어젠다다. 우리 사회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자연인구가 최초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과학기술계도 인력 감소 예외가 아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5년 이공계 대학 정원대비 입학생 수가 약 5만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서 소외됐던 젊은 과학기술인, 여성 과학기술인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토양을 변화시키는 게 과방위에서 제 소임이라 생각한다.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정책과 국내 우수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정책이 서로 다른 별개 정책이 아니다. 그동안 인재 정책 수립과 재정투자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이 심화됐다. 연구환경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과학기술인에 대한 처우가 좋고 그에 따른 사회적인 대우가 좋다면 한국에서 연구하려고 줄을 설 것이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존중과 충분한 사회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생활 양립을 위한 특별한 배려도 요구된다.
-올해 과방위 주요 현안과 부의장으로서 던질 화두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돼 불안과 위험이 사라지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피해를 입은 모든 분야가 제자리를 찾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일단 과방위에서 국가 연구개발 100조원 시대를 맞이해, 연구가 내실 있게 진행되는지를 감시하겠다. 국내 디지털 산업 발전과 잘 매칭될 수 있도록 정책을 촘촘히 살피겠다. 팬데믹,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사회 다방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핵심인재 확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인재 정책은 작년에 이어 계속 촘촘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다음 달 24일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후 과학기술계 일·생활 양립 가능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개정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가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는데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사회 화두이자 저의 화두다. 대면서비스 업종이 매출과 고용에서 큰 충격을 입었고, 중소기업 생산도 크게 축소됐다. 저임금·저학력·비정규직·여성 등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과 피해를 입었다. 저소득층 가계 근로소득도 크게 줄고 '고용없는 경기회복' 우려까지 있다. 반면 거대 기술기업은 큰 호황을 맞는 등 계층 간, 업종 간, 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불평등과 격차를 완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은지.
▲정치는 사회적 약자들이 가질 수 있는 최대 무기다. 정치를 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민주주의의 진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평등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중요한 도구가 정치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국민 의식 수준이나 사회 발전만큼 정치가 발전하지 않고 있다.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정당한 권리를 갖고 정치에 참여할 때 정치가 발전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 정치 참여는 굉장히 중요하다. 제 역할은 여성들이 정치에서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정치 발전을 이루는데 역할을 하는 것이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한다. 더불어 소외 받는 우리 약자들을 대변하고 싶다.
정리=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