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한국어 예문을 활용해서 듣다 보면 영단어가 술술 잘외워져요” 새해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목표 리스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영어정복이다. 그만큼 영어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쉬운 난공불락의 성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영어정복이 어려운 원인을 국내 영어교육 회사들의 상술이라고 지목하고 적나라하게 파헤쳐서 유튜브 상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영어가 안되는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영어회사들의 상술)+ 이렇게 영어공부하면 실패한다!’이 영상을 만든 장본인은 서울대 출신으로 영어교육 업체 잘외영을 경영하는 제이 리 대표다. 그는 국내 영어교육 업체 CEO로서 양심선언을 하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기존 영어학습 프로그램들의 단점을 개선한 획기적인 영단어 학습 프로그램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표 본인에 대해 소개해달라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원에서 유학을 했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하게 됐다.
-서울대 나왔는데도 영어를 못했다는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나를 직접 아는 사람은 알거다. 나는 언어보다는 수학에 더 재능이 있었고 영어를 못했다는 것을. 특히 미국 가서 영어 못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건 실제 영어 구사력 기준이다. 영어 시험 성적 자체는 좋았다. 영어는 못하는데 영어시험은 잘 봤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건 한국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배운 영어들이 미국에서 안먹혔나?
=내가 처음 미국 갔을 때 심정은 “속았다”였다. 한국에서 배웠던 영어들? 미국에서의 생존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실생활의 ‘수단’이 아니라, 영어 학자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학문’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배신감이 가장 먼저 들었다. 즉 한국 영어는 영어의 갈라파고스 같은 존재이다.
-한국 영어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은 영어를 언어가 아닌 수학으로 가르쳐왔다. 예를 들어 가정문에서는 would가 나와야하고, 그 뒤에 have pp가 나오면 가정법의 과거용법이니 등등이 그것이다. 수학처럼 정해진 틀에 영어를 맞춰놓은 뒤에 정답을 구하는게 한국식 영어였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 말할 때 이런 식의 계산을 해서 하는게 아니잖는가? 그러다보니 시험 영어가 아닌 실제 영어를 접하게 되면 그야말로 멘붕이 왔던 것이다.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그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실제 미국에서 사용하는 영어들은 한국에서 배우는 문법이 파괴된 형태의 문장이 상당히 많다. 명사가 동사처럼 쓰여지기도 하고, 한국 문법책에는 없는 문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식 문법에 집착해서 수학공식에 끼워 맞추듯 영어를 해석해서는 답이 없다. 그냥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고 수학적 접근법이 아닌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그 영상은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한국의 유명 영어 회사들의 주요 인물들과 직접 친분이 있고 그래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어 강의를 만들고 세일즈 하는지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영어회사들은 학습자가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지 안되는지에는 관심 없다. 오로지 매출에만 관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세를 보고 몇 십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강의를 구매하지만 사실 그 강의들 아무리 들어봐야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끔 시장 구조 등이 형성되어있다. 평소 그 점에 있어서 양심의 가책? 비슷한게 있었고 그래서 진실을 조금이라도 알려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속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영상에서 말한 한국 영어회사들의 진실이라는게 전부 사실인가?
=전부 사실이다.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상당히 순화시켜서 말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그리고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 영어 교육 콘텐츠와 시스템은 90년대와 비교해서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
-왜 한국 영어 교육은 개선되지 않는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소비자의 잘못이 크다. 대부분 영어 강의 구매자들은 1주일 안에 중도 포기해버린다. 그러니 영어 회사들은 강의를 대충 만들게 된다. 잘 만들어봐야 어차피 안 듣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영어 회사들의 상술이 작용하는 접점이 생긴다. 강의 퀄러티 보다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두 번 째는 시중에 좋은 강사가 많이 없다. 좋은 강사란 혀를 잘 굴리는 유명 강사가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틀을 깨는 새로운 방법론을 고안하고 시험해보는 강사이다. 따라서 최소한 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봤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강사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 배웠던 한국 영어 교육 틀 안에 갇혀있다. 시중의 강의를 보면 아직도 80년대 방식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영어 업체의 철학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영어 강의가 공부법 또는 학습법을 알려주는 것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습법은 솔깃해 보이지만 거의 도움이 안된다.
왜냐하면 영어는 일종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수영 잘하는 법을 유튜브로 백 날 본들 수영이 되지 않는다.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발차기 등 기본 동작들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서 어떤 상황에서도 반사적으로 그 동작이 나와야 된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훈련이 되야 영어가 되는거지 학습법을 안다고 영어가 되는게 아니다.
-그럼 영어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듣기가 70% 이상이 되어야 한다. 듣기만 되도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 없다. 반대로 듣기가 안되는 영어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영어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접근해야 한다. 문법이 틀리고 더듬더듬 말하고 등은 아무 문제가 안된다. 중요한건 사람들과 소통이 되냐이다. 영어는 목적이 아니고 수단일 뿐이다. 주객이 전도 되서는 안된다. 한국 영어 교육은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한 영어 학자가 될 것을 강요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는 방법이 있나?
=있다. 티비를 많이 보는 것이다. 이것 외에는 없다. 강의로는 해결 안된다.
-잘외영을 만들게 된 계기는?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다. 영어는 강의를 들어서는 해결이 안된다. 강의는 티비를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 또는 도구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모든 영어 회사들은 자기네 강의 수십 개를 1년 내내 들으면 영어가 되는 것처럼 광고한다. 이 잘못된 상술과 문화를 바꾸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잘외영은 최소한의 내용만 들으면 바로 티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이다. 다른 영어 회사들처럼 수십개 강의 만들어서 모든 강의들의 평생 수강 할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술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딱 필요한 강의 몇 개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첫 강의가 ‘단어’이다.
-잘외영의 컨셉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듣기에 특화되어 있다. 특히 단어는 발음이 귀에 익어야 외워진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눈으로 영어공부를 한다. 그래서 머리 속에서 생각이 안나고 영어가 안되는거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는 수학이 아니다. 머리가 좋다고 되는게 아니라 익숙하기 때문에 되는 것이다. 미국 노숙자들이 똑똑해서 영어를 잘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즉 머리가 안좋아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다. 다만 단어와 문장을 귀를 통해 뇌에 새기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래서 영어는 반드시 귀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잘외영은 리듬을 섞어 영어를 계속 반복해준다. 틀어만 놓으면 음악처럼 귀에 박히게 해준다.
두 번째로는 쉬운 한국말 예문을 들 수 있다. 잘외영의 철학은 영어는 절대로 공부로 접근하면 안된다이다. 영어가 지겨운 공부가 되면 결국 포기하게 돼있다. 영어를 배우는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은 영어를 일상 한국말에 섞어 쓰는 것이다. 헝그리라는 단어를 누구나 다 아는 이유도 한국어화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외영은 한국말 예문을 만들어서 수강자들이 단어의 어감을 저절로 터득하게 만들었다. “바이러스 감염을 prevent하려면 마스크를 써라”가 그 예시이다.
-잘외영은 또 다른 장점은?
=필수로 알아야하는 최소한의 내용만 알려드린다. 지금 시중 강의들을 보면 쓸데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당장 사전만 봐도 한 단어에 뜻이 10개 이상 나오는데 지금까지 한국 영어 교육은 단어의 수많은 뜻들을 무식하게 전부 외우라고 했다. 이래서는 영어가 안는다.
예를 들어 ‘engage’의 뜻을 사전을 보면 고용되다, 약혼하다, 교전하다, 관계되다 등 수십개가 나와서 각기 다른 뜻들처럼 보이지만, 사실 ‘engage’가 사용된 문장을 잘 살펴보면 ‘engage’의 공통된 어감이 있다. 바로 “얽히다”라는 어감이다. 사람과 얽히니까 관계되는 것이고, 이성과 얽히니까 약혼하는 것이고, 적과 얽히니까 교전하다가 되는 것이다.
즉 얽히다 라는 어감 하나만 알면 ‘engage’가 어떤 문장에서 사용돼도 해석이 가능하다. 잘외영은 이렇게 사람들이 알아야할 필수 내용을 최소한으로 정리해서 최고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알려준다.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