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월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경제계를 비롯해 많은 경제계 인사들이 이번 판결로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한다. 삼성이 총수 부재로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위안 삼을 수도 있지만, 국내 대기업 의사결정 구조 등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 기업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경영상황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 우려는 더 커진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단지, 한 가지 간과된 것이 있다. 항상 정경유착 출발은 권력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도 최고 권력이 기업에 먼저 뇌물을 요구한 사건이다.
이전 군사정권 시절, 우리는 정권에 눈 밖에 나 거대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사례를 심심찮게 목격했다. 아직도 회자되는 국제그룹이나 그 외의 수많은 그룹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런 상황을 목격해 온 기업인들에게 정권은 곧 회사 성망과 직결된다는 점이 아직까지 뼈 속 깊이 각인돼 있다. 오죽하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직접 대선에 뛰어들 결심까지 했을까.
당연히 기업은 권력의 잘못된 요구를 거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했을까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이라면 더 그렇다.
재판부의 판결이 그 동안의 잘못된 권력과 기업의 잘못된 관계를 개선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잘못된 관행은 빨리 끊어야 하고, 잘못된 행위를 처벌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왜 하필 나부터라고 이 부회장이 하소연한다면 '1위 기업 총수였기 때문'이라는 답변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재판부의 적극적 뇌물 판단과 준법감시위원회 등 그동안의 변화 노력까지 인정하지 않은 점이 더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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