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계, 우후죽순 법안 '우려'
글로벌 기업 실효성 없인 '역차별'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우후죽순 시행·발의되면서 인터넷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 이용자와 이용 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제가 중복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실효성 확보도 전제돼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한 법제처 심사가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오는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안에 국회에 제출될 공산이 높다. 지난해 9월 입법예고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겨냥했다. 거래 조건을 일방으로 변경하거나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이른바 '갑질'을 막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에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인터넷 기업의 검색 순위 조작, 이용자 차별, 적정 수익 배분 거부, 서비스 이용 제한 미고지 등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지난 5일에는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인터넷 기업도 공익광고 게시 의무를 져야 한다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공익광고 의무화법)을 발의했다. 19~20대 국회 때도 추진된 공익광고 의무화법은 인터넷 기업도 방송사업자처럼 수익에 비례한 공익 광고를 게재하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인터넷 기업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넷플릭스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는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n번방 방지법'도 포함됐다. 이달 1일부터는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가 핵심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 시행령 마련을 위한 입법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중복규제 문제가 거론된다.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은 개인간(B2C)·기업간(B2B) 시장을 아우른 법률이다. 이에 따라 B2B 분야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의 중복 규제가 불가피하다. 또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정의한 다섯 가지 불공정 행위는 기존 공정거래법과 중복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계속성과 전속성 등 공정거래법의 까다로운 기준을 피하기 위해 만든 특별법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효성 이슈도 불거졌다. 법 시행을 위해서는 비즈니스나 서비스 관련 현황 자료 제출·공개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의 '검색결과, 추천 등 노출 순서나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 공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이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모든 법안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만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면서 “법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글로벌 기업까지 자료를 제출 받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실제 집행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온라인 플랫폼 성장에 따라 시장 질서를 위한 기초 법안 마련에는 동의하지만 어떤 규제든 그 피해 대상은 국내 기업일 수밖에 없다”면서 “비즈니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규제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시행됐거나 입법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