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이 전년에 비해 4배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상장폐지(자진 상장폐지·피흡수 합병·스팩 등 제외) 기업은 코스피 3개사, 코스닥 13개사 등 모두 16개사였다. 지난해 유독 많았던 배경은 제도 때문이었다. 2019년에 상장사가 의견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도 상장폐지하지 않고 다음 연도에 다시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 폐지하는 쪽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2년 연속 비적정 감사의견이 있어야 퇴출하는 방향으로 완화한 것이다. 조건에 따라 폐지된 기업은 2019년 1개에 불과했고 지난해 11개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전체 상장폐지 기업은 전년에 비해 네 배로 늘었다지만 2년 평균으로 보면 10개 안팎으로 2018년보다 적었다. 국내 전체 상장 수, 신규 상장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다. 지난해 거래소에 신규로 상장한 기업은 코스피 8개사, 코스닥 103개사였다. 전체 상장기업은 코스피 800개사에, 코스닥 1468개사에 달한다. 반면에 상폐기업은 불과 16개사다. 전체 2268개 기업 중에 채 1%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량기업을 원칙 없이 퇴출할 수는 없다. 상장기업 경영 상태는 어떨까.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상장사가 10곳 중 4곳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한 상장사는 40%를 웃돌았다.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기업도 상당수였다.
상장폐지는 신중해야 한다. 공들여 상장했는데 퇴출된다면 기업으로서도 치욕이고 거래소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다. 그렇다고 이미 회생 기미가 희박한 기업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주가 부양이나 머니게임에 휩쓸리면서 전체 시장을 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강한 거래소 생태계를 위해서는 좀비기업과 같은 적자기업은 마땅히 퇴출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래야 우량기업이 거래소 문턱을 손쉽게 넘을 수 있다. 퇴출과 진입은 정확한 원칙이 중요하다. 진입 조건을 까다롭게 두는 이유는 결국 투자자 보호다. 퇴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를 위해서도 한계에 달한 기업은 과감하게 도려낼 필요가 있다. 거래소가 신뢰를 잃으면 불필요한 잡음만 생길 뿐, 결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