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억 밀어주고, 수익 18배 불려
SPC·창신 이어 중견기업 부당지원 제재
부당수익, 경영권 승계에도 활용
화학기업 KPX 소속 진양산업이 새해 첫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받게 됐다. 이 회사는 37억원에 육박하는 수출물량을 베트남 현지 계열사에 몰아주고, 경영승계에 그 수익을 활용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16억3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당국은 “기업집단 KPX 소속 진양산업이 동일인 양규모의 장남 양준영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베트남 현지 계열사 비나폼에 대한 스폰지 원료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동일인의 장남이 소유한 지분 88%를 포함, 동일인 일가가 100% 소유한 부동산임대회사다.
진양산업은 2015년 8월 자신이 수출하던 스폰지 원료 폴리프로필렌 글리콜(PPG)의 수출 영업권 평가금액 36억7700만원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PPG는 발포제, 촉매제 등의 부재료와 혼합시켜 스폰지를 만드는 원재료다.
진양산업은 스폰지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내업체로부터 매입한 후 40% 이상의 이윤을 더해 베트남 현지법인 비나폼(진양산업 100% 지분 보유)에 수출해 왔다. 그러다 2015년 8월 기점으로 모든 PPG 수출 물량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이관했다.
지원객체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수출물량을 밀어주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치루지 않았다.
공정위는 “PPG 수출 물량 이관은 두 회사 모두에서 재직하던 임원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졌고, 이와 관련한 계약 체결이나 상응하는 대가 지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원행위로 수출업 경험이 없던 지원객체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사업 기반, 재무 상태가 지속 강화됐다.
실제 PPG 수출 물량이 이관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부동산임대업 매출액 3억2700만원의 최대 22배에 달하는 매출이 PPG 수출 거래에서 발생했다.
연 평균 영업이익도 수출물량을 받기 전인 2007년~2011년 기준 7700만원에서 PPG 수출 물량이 이관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약 14억600만 원으로 18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위는 “베트남 소재 국내 신발제조업체 등에 납품되는 스폰지 원재료 수출 시장에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아무런 노력 및 인적·물적 기반 없이 신규로 진입, 독점적 사업자로서의 지위가 형성됐다”며 “수출업을 영위하는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시장진입은 봉쇄됐다”고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