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실내 코로나 집단 감염, 습도 높여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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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그룹장

겨울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가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강력한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좀처럼 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왜일까? 최근 코로나19는 밀폐된 실내에서 집단 감염되고 있다. 특히 음식 섭취를 위한 식당, 카페, 주점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집단 감염이 더 활발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코로나19 전파 특성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감염된 사람과 직접 접촉, 비말 전파, 공기 중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다. WHO에서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비말을 통해서 전파되고, 공기 중 에어로졸에 의한 전파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비말은 사람이 기침하거나 큰 소리로 이야기할 때 입에서 튀어나오는 물방울이다. 밀폐된 실내에서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비말이 공기 중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해외연구기관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 계산 해보면 60마이크로미터(㎛) 크기 비말이 1.2m 높이(성인이 식당 의자에서 앉았을 때 입에서 바닥까지 거리)에서 떨어진다면 바닥까지 약 11초가 걸린다. 하지만 비말은 99.5% 이상 물로 이뤄져 있어 입에서 튀어나오면 증발해 부피가 줄어든다. 부피가 줄어들면 바닥에 떨어지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실내가 매우 건조하다면 입에서 나온 비말이 증발을 통해 크기가 줄어들고, 실내에서 떠다니는 시간이 증가하게 된다. 밀폐된 실내에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비말의 수분 증발은 상대습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2019년 서울지역 여름철과 겨울철 평균 실외 온도와 상대습도 측정값을 이용해 실내 상대습도를 계산해 봤다. 실내온도를 25도로 가정하면 실내 상대습도는 여름철이 약 60%, 겨울철은 약 10%다. 겨울철 실내 상대습도인 10%를 기준으로 60㎛ 크기 비말이 1.2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시간을 계산해 보면 약 5분이 걸린다. 수분 증발에 의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약 11초가 걸렸으니, 상대습도가 10%일 때 증발로 인해 비말의 크기가 감소해 대기 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떠다니는 시간이 약 27배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시간이 증가하면 밀폐된 공간의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져서 주변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실내 상대습도를 60%로 높이면 바닥에 떨어지는 시간이 약 2.5분으로 단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 상대습도가 매우 낮은 겨울철에는 가습기 등을 이용해서 실내 상대습도를 가능한 높이면 식당이나 카페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비말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를 낮추는데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입에서 튀어나오는 비말을 막아주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순수 바이러스의 나노미터(㎚) 크기별 개수를 측정하기 위한 측정표준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10㎛ 크기 이상 비말, 혹은 에어로졸을 크기별로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측정표준은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해외 국가측정표준기관과 공동으로 10㎛보다 큰 비말과 에어로졸의 측정표준을 확립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말의 크기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측정표준 확립을 통해 비말에 의한 대기 중 전파 특성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밀폐된 실내에서 사람 간 전파를 막기 위한 대응 전략 마련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그룹장 jsjung@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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