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우리 뇌가 기능과 기억력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정원석 생명과학과 교수, 이준혁 박사과정 연구팀이 새로운 뇌 항상성 유지 기전을 처음으로 밝혀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고 5일 밝혔다. 한국뇌연구원 소속 박형주 박사, 김지영 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학습과 기억 등을 담당하는 해마에서는 기존 시냅스(뉴런의 집합)는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생기는 '시냅스 재구성'이 일어난다. 그러나 어떻게 시냅스가 사라지고, 이런 시냅스 제거가 학습과 기억 과정 중 어떤 역할을 맡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신경교세포 중 '별아교세포'가 뇌 발달 시기 시냅스를 먹어 없앤다는 정 교수의 선행 연구에 착안, 연구를 진행했다. 성인 뇌에서도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끊임없이 제거함을 발견했다.
시냅스에 형광단백질 조합을 발현시켜 제거 현상을 확인했는데, 이 결과 별아교세포가 특히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도록 화합물질을 방출하는 '흥분성 시냅스'를 더 많이 제거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별아교세포는 뇌의 면역세포로 불리는 미세아교세포보다 더 주도적으로 흥분성 시냅스를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아교세포를 제거했을 때는 시냅스 수가 변하지 않았지만,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했을 때는 비정상적 시냅스가 과도하게 급증가하고, 정상적인 해마 신경 회로의 기능과 기억 형성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관찰했다.
또 별아교세포 시냅스 제거 작용을 억제한 생쥐에서는 해마 내 시냅스 연결 가소성,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겼다. 불필요한 시냅스를 별아교세포가 제거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학습과 기억 능력이 유지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비정상 수준의 시냅스 수 변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치매 및 여러 형태의 발작과 같은 다양한 신경질환 유병률과 연관성이 높다”며 “시냅스 수를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는 현상을 조절하는 것이 이들 뇌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