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CVC도입에 벤처업계 웃고 소상공인은 코로나에 울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계는 굵직한 법안이 새롭게 도입되며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닦았다. 수년간 답보했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제도가 국회를 통과한데 이어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에도 창업자가 일정 기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복수의결권 제도 역시 정부 최종안이 도출됐다. 비대면 바우처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공장 도입 등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위한 정책도 다수 신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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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도입에 벤처투자촉진법까지 성장 기반 닦은 스타트업

올해 중소·벤처기업계 가장 큰 변화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이다. 지난 8월 벤처투자촉진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벤처투자시장도 대형 벤처펀드를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해외투자가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 등에게도 벤처펀드 결성이 허용되면서 더 많은 주체가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제도 개선으로 1000억원 이상 규모의 벤처펀드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신규 액셀러레이터 등록 건수도 300개를 돌파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간 지원역할로만 여겨지는 벤처투자업이 별도 산업으로 인정받은 셈”이라면서 “CVC 도입 등과 함께 벤처 생태계 역시 보다 다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략적 투자자(SI) 등 대기업의 벤처투자 시장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CVC 도입은 그간 금산분리 원칙과 대기업의 편법 지분투자 등 우려로 제도화되지 못했다. 이번 국회 통과를 계기로 SK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벤처투자 시장 참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의 중견기업 다수가 CVC 설립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지주회사 형태가 아닌 방식으로 VC를 설립해 전략 목적의 벤처투자를 수행하는 대·중견기업이 적지 않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사실상 모든 주체가 VC 설립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벤처투자 시장 참여자 역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벤처투자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도 투자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 들어 비상장 벤처기업에 주당 10개까지 의결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복수의결권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아울러 새해에는 벤처확인제도 역시 민간 중심으로 재편된다.

벤처투자 시장 대형화와 함께 전략 목적의 VC, 초기 투자와 보육에 집중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증가 등이 맞물려 새해부터는 기존보다 규모 있는 벤처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벤처기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새해 바뀌는 제도로 인해 초기 단계 기업 발굴을 넘어 유니콘으로 성장을 위한 스케일업에도 보다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마트공장·비대면 바우처로 중소기업도 DX

코로나19 확산은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 다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조달과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출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이 약진했다.

전체 수출액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의 수출은 외려 증가했다. 11월에는 중소기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길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대기업 중심의 주력 산업 분야가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마스크, 진단키트, 가전제품, 취미·오락기구 등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제품 수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새해에도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의 비대면 판로 개척을 위한 지원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중소기업의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분위기다. 비대면 바우처 서비스를 도입해 중소기업의 비대면 업무 환경으로 전환을 지원했다. 핵심 분야에 대한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도 크게 늘려 주요 제조 분야 중소기업의 본국회귀(리쇼어링)을 지원하는 정책도 올해 들어 본격 시행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자로 인정받은 것 역시 중소기업계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다. 지난 9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도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과 직접 납품대금 조정에 나설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코로나19에 직격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19로 크게 흔들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와 국회에서는 연이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투입했지만 소상공인 경영환경은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르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 수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평균 10만명이 매달 감소하는 추세다.

상반기 처음 투입한 재난지원금은 하반기에도 새희망자금 등의 이름으로 재차 투입됐다. 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은 연중 지속됐고, 최근 들어서는 당정을 중심으로 임대료 직접 지원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급 과정에서 업종 차별 논란이 불거지는가 하면 온라인 신청 과정의 서버 다운 문제 등 불편 역시 끊이질 않았다. 집합제한업종과 금지업종에 대한 형평성 논란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이어지는 논란 속에 소상공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소상공인기본법이 논의되는가 하면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제로페이)이 시장에 안착하는 예상치 못한 성과도 나타났다.

온누리·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확대, 크리스마스 마켓·대한민국 동행 세일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매출 진작을 위한 각종 행사가 정례화된 것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정책 변화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역시도 코로나19 확산 안팎으로 정책 체계를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소상공인 직접 대출을 크게 확대하는 등 금융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스마트상점·디지털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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