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 현장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상반된 방향성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한쪽에서는 점점 치열해지는 창업환경 속에서 자신들만의 남다른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인해 줄 수 있는 방법은 기술 획득 말고는 없다는 생각에 더더욱 특허 등을 통한 기술 획득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이다.
또 한편에서는 최근 기술 혁신 환경이 개발 투입 비용은 점점 높아지고, 기술의 수명주기는 줄어들면서 직접 개발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움직임 또한 함께 목격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처럼 기술개발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창업자라 하더라도 기술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담보력, 차별성 등은 인정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기술 개발이 어려운 창업자들이 기술을 획득하는 또 다른 경로는 무엇일까?
현재 적지 않은 창업자들이 기술개발 아웃소싱 내지 기술거래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기술개발을 아웃소싱하거나 기술거래를 통해 획득할 경우 비용 절감과 위험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직접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인력을 채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연구에 필요한 기초적인 장비까지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과 장비 중에는 연구개발이 완료된 이후 그 활용도가 크게 낮아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곳을 활용할 경우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위험감소 효과 역시 중요한 장점이다.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한다고 해서 해당 연구가 반드시 성공하는 법은 없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단순히 기술만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로 제품화 단계를 거쳐 최종 판매까지 이르러야 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자체 채용한 연구 인력이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제공하지 못할 경우 제대로 된 제품 출시 이전에 회사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본격적인 기업활동을 전개하기에 앞서 기술거래 내지 기술 아웃소싱으로 사업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한 뒤 사무실 개설, 신규 직원 채용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일을 전개하면 창업 초기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점이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기술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거래되는 기술이 상대적으로 시장성과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술수요자 대부분이 충분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내지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다보니 기술 흡수 능력도 떨어진다. 기술을 거래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장 여건도 성숙되어 있지 못하다.
또한 기술중개를 지원하는 조직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들 조직이 영세하거나 단순 중개 업무 등의 부수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곳이 많다. 그렇다 보니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기술을 알선하는 단순 서비스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기술 거래 내지 기술 아웃소싱 환경이 이처럼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업자들이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은 지금 현재 창업환경에서 기술 개발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 수준인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