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정치>거대여당 탄생과 입법 독주...국정지지도는 하락

Photo Image
21대 총선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고질병인 여야간 소통 부재와 갈등이 21대 국회에서 그 수위를 더하고 있다. 20대 국회 당시 패스트트랙으로 넘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문제를 두고 국회 개원에서부터 지금까지 6개월이 넘도록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꿰뚫는 키워드는 '거대여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주요 쟁점법안 단독처리,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등 굵직한 이슈마다 그 시작은 거대여당이었다.

4월 15일 총선 결과 21대 국회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사실상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쥐었다. 반대로 야권은 모두가 힘을 합해도 여당을 견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180석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민주당은 첫 작업이었던 원 구성에서부터 그동안 야당 몫으로 여겨졌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모든 상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Photo Image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함께한 기념촬영. 연합뉴스.

초반 허니문 기간도 있었다. 국회 개원 준비가 한창이었던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담하면서 협치의 단초가 마련되는 듯 했지만 이때뿐이었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 강경노선이 계속되면서 국민의힘과의 거리는 멀어졌다.

거대여당이 국회를 든든히 받쳐주면서 문 정부 후반기 국정 동력도 힘을 받았다. 공수처 출범을 비롯해 주요 정책의 연내 완료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은 이를 완수하기 위해 선봉에 나섰다. 제도적 기반이 필요한 정책을 위한 법안이 여러 논란 속에도 민주당 단독처리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빨라진 정책 입법 속도만큼 부작용도 발생했다.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발의된 지 불과 3일만에 처리된 임대차 3법이 대표적이다. 당시 부동산 전문가와 야당은 부작용을 우려하며 시뮬레이션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수적 우위로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법안 통과 이후 부동산 시장은 긍정적 효과 보다는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경제계가 우려를 표했던 경제3법도 처리됐다. 민주당이 산업 경제계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수차례 갖기도 했지만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나마 논란이 됐던 상법 개정안은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대주주 의결권을 개별 3%까지 인정하고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도 유지됐지만 경제계 충격은 여전했다. 이에 경제계는 시행시기라도 1년 늦춰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Photo Image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처리를 강행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갈등의 최정점에 있는 공수처 갈등은 법을 다시 바꾸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공수처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했던 민주당은 공수처법 통과의 제 1명분이었던 야당의 비토권 보장까지 삭제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나마 2021년도 정규예산을 6년 만에 법정시한 내 여야 합의로 통과 시킨 것이 21대 국회의 성과다.

거대여당 독주 속에 문 정부 국정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지면서 청와대는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청와대는 악재를 정면 돌파하고 집권 5년차 새해 국정동력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달 22일 문 대통령이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지율 하락에 영향이 컸던 권력기관 개혁에 “갈등이 많다”고 인정했다. 다만 당장 갈등이 있더라도 완전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지율 하락을 촉발했던 것과는 달라진 대처다. 윤 총장 징계위원회 결과를 재가한 뒤 검찰개혁에 대한 원칙을 재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정지 2개월' 효력 집행정지 심리에 대한 법원 판단이다. 법원이 이번에도 윤 총장에 손을 들어준다면 대통령 재가를 뒤집는 결과다.

부동산 정책 논란에 대해선 공공임대 현장 방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등 조치를 취했으나 역효과가 크다. 대통령의 LH 공공임대주택 방문은 '4인가구' 논란으로 번졌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잇따른 말실수와 구설로 여론만 악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확보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K-방역을 내세우며 방역모범국가라는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았지만 정작 백신 물량 확보가 늦어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문 대통령이 4월부터 백신 확보에 노력하라고 지시한 비공개 부문을 공개했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선 문 대통령이 “백신 개발국가가 먼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발언해 성난 여론에 불을 지폈다. 백신을 개발하지 않은 대다수 국가가 백신을 확보해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추가 물량 확보와 접종 시기 단축을 위해서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