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R&D 톡톡]<21·끝>인공지능과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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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2016년 3월 8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왼쪽부터)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이세돌 9단,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포토 세션을 갖고 있다. <전자신문 DB>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치른 세기의 바둑 대결 후 인공지능(AI)은 우리 국민에게 매우 친숙한 기술 용어의 하나가 됐다. 각종 언론과 강연에서는 알파고가 왜 대단하고, 알파고 같은 AI가 우리 삶과 국가 산업을 어떻게 바꿔 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제시됐다.

4년이 훨씬 지난 지금 AI는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휴대폰에 직접 글자를 입력하는 대신 음성 인식으로 글자를 작성할 수 있고, 체온을 직접 재는 대신 카메라를 통해 온도를 측정한다. 도로 차선과 주변 자동차를 인식하는 부분자율주행 차량도 상용화됐다.

이처럼 서비스 분야에서는 AI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반면에 산업 분야에서는 응용에 아직 제한이 있다. 서비스 분야와 달리 산업 분야에서는 AI를 적용할 때 기대되는 경제성이 뚜렷해야 하고, 산업 현장에 맞는 최적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AI가 산업 전반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 번째 산업에 적용되는 AI는 단순히 '알아듣는' 개념을 넘어 '이해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대체로 AI가 말하기나 듣기·보기와 같은 '인식' 위주라면 산업에 적용되는 AI는 지식을 바탕으로 추론까지 할 수 있는 '인지'가 가능해야 한다. 기능 구현을 넘어 인지를 바탕으로 부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두 번째 산업에 적용되는 AI는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기능이 다양한 AI는 그만큼 가격도 높다. 초기에 비해 지금은 저렴한 AI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지만 고급 기능을 구현하는 장비는 여전히 비싼 가격에 머물러 있다. 300만원짜리 AI 부품이 1억원짜리 자동차에는 큰 부담 없이 추가될 수 있지만 1000만원짜리 로봇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산업에 적용되는 AI는 필요와 용도에 따라 저렴하게 구현되는 맞춤형 솔루션이 다양하게 확보돼야 한다.

세 번째 산업에 적용되는 AI는 안전해야 한다. 산업 안전은 사람과 기계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작업자가 안전규칙을 배우고 안전 범위 내에서 작업이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AI 역시 안전규칙을 학습하고 기계가 안전하게 동작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형 AI가 결과만 알려준다면 산업에 적용되는 AI는 판단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에 적용되는 AI는 쉬워야 한다. 산업 분야에 구축되는 AI 기반 인프라는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운용과 유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은 AI 기술과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기술 도입뿐만 아니라 운영 및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에 적용되는 AI 솔루션을 쉽게 활용하고 관리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네 가지 조건은 산업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자 추가 지원을 해야 할 연구개발(R&D) 방향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 개발 지원과 인프라 구축 역할을 하고, 기업은 산업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AI를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AI를 수용하는 시도가 다양해질수록 우리 산업의 지능화는 빠르게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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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제조 PD

고재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제조 PD jaejini@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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