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는 성공했지만 세계 시장 선점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5G 상용화 성과를 보는 전문가와 현업 종사자들의 평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성과에 걸맞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프라를 구축했다. 물론 5G 성능을 제대로 보여 주는 기업용(B2B)·소비자용(B2C) 킬러 서비스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6G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미래 이통 연구개발(R&D) 추진전략'(6G R&D 전략)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기사 댓글들은 5G 인프라와 서비스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6G를 개발하느냐며 싸늘하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럼에도 미래 기술 준비까지 부정할 순 없다.
3G, 롱텀에벌루션(LTE), 5G 등 이통 기술은 10년 준비를 거쳐 세상에 나왔다. 2021년은 6G 준비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미국 넥스트G 얼라이언스와 유럽연합(EU) 헥사-X가 출범했고, 중국은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6G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도 경쟁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6G 시장 선도를 목표로 R&D를 시작한 만큼 과거 경험을 면밀하게 평가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등 제대로 가야 한다.
6G R&D 전략은 비전 제시, 표준 확보 등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술만 중시하다가 서비스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5G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일본은 '소사이어티 5.0' 비전을 통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응용서비스와 생활 변화상을 상정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산업 전략을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통신 인프라와 기술에서 일본을 앞섰다. 6G 초기부터 응용서비스 분야에 지금보다 더 많은 고민을 담아 보완한다면 완성도 높은 전략을 기대할 수 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