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초등학교로 간 숲놀이터, ‘숲토리’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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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이름, ‘숲토리’는 학생들이 공모해 선정된 이름으로 ‘숲 속 놀이터에서 동산초등학교 아이들이 만들어 갈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소 놀이터 안전 기준을 맞춘 초등학교 내 숲놀이터가 화제다. 최근 몇 년 동안 초등학교 놀이터는 혁신의 중심에 있어 왔다. 학교와 교육청은 ‘놀이가치와 아이들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성 놀이기구’가 수십 년 동안 운동장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아이들에게 외면 받아 온 놀이터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또한 놀이가 공부 다 하고 노는 사변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의 감각과 신체발달, 정서발달에 좋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놀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창의와 상상이라는 명분을 가진 놀이터운동을 각 교육청에서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놀이터 운동도 결국에는 놀이시설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국내 제도로 인해 결국은 안전과 타협해버리고, 기성품 중에 선별된 조달청 등록제품을 설치하거나 실내 인테리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었다.

동산초등학교 손상영 교감선생은 “내가 학교 다닐 때 놀이터나 지금 놀이터가 근본에 있어 큰 변화는 없다”면서 “도심 속에 진짜 숲놀이터, 그리고 동화 속 모험에 나옴 직한 ‘트리하우스가 있는 놀이터’를 학교에 가져오고자 처음부터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 기술협의회(위원장 배송수)와 협업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손상영 교감선생은 이어 “제가 학교에 다닐 40여년 전 학교 놀이터와 현대의 초등학교 운동장의 놀이시설은 철봉, 미끄럼틀, 구름사다리, 정글짐, 늑철, 모랫바닥으로 약간의 디자인과 재질만 변경됐을 뿐 동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중 대부분은 동네 아파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구들이다. 이 시설들은 놀이시설이라기보다는 체육활동을 위한 체육기구하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놀이방법도 일률적이고 아이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시설도 아니다.

놀이시설은 놀이방법을 아이들이 만들어가고, 새롭게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동산초등학교는 이전에도 운동장에 타잔슬라이드, 트램플린, 도르래 구름판, 회전슬라이드 같은 놀이공간을 만들어 운영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의 공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놀이터의 단점은 유지보수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그로 인해 유지보수 기간 동안에는 이용이 어렵다는 단점도 포함하고 있다.

손상영 교감선생은 “이번에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자연 숲 놀이터를 만들게 됐다”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보이지만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연상케 하는 ‘트리하우스’나 구조물을 이용하면 커다란 느티나무도 올라볼 수 있으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건너고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손상영 교감선생은 또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저마다 자기들의 규칙을 만들어 놀이시설을 즐겁게 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제 초등학교 운동장 놀이시설도 변화가 필요한 만큼 본교의 자연숲 놀이터가 그 예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동산초등학교는 최대한 자연을 그대로 가져온 디자인, 기성 기구를 탈피하고 숲 체험형 놀이공간과 기능을 중심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그 공간 속에서 환경의 주인이 되는 놀이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또한 현장 요구도를 반영한 놀이가치는 최대한 구현되도록 하면서도 이용자 안전에 대해선 필요한 만큼 조치를 강구해 균형 있는 놀이터를 지향하고자 했다.

동산초등학교 숲놀이터는 ‘트리하우스’ 하나와 ‘트리 데크’ 3개가 그물 다리로 연결돼 있다. 트리데크 아래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나무 정글짐으로 구성돼 있다. 놀이터 공사에 사용된 재질은 느티나무, 로비이아, 월넛, 적삼목, 그리고 재단된 목재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그 외 아연각관(그물다리 프레임), 그물, 밧줄 등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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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컨셉은 ‘학교로 간 숲놀이터’이다. 모든 놀이 기구는 디자인은 달라도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동작은 오르기, 내려가기, 미끄러짐, 이동, 움직임(그네)이다. 원시시대부터 또는 태고적부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숲에서 위와 같은 동작들을 하면서 신체와 감각을 발달시키고, 정서지능을 자연스럽게 함양시켜왔다. 근대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기능면에서 ‘타잔’을 생각나게 하는 스케일이었으나 현대 놀이기구는 ‘안전’이라는 고귀한 명분을 위해 작아지고 작아졌다.

놀이터 디자인 컨셉은 ‘자연 그대로 & 정형의 파괴’이다. 기본 기둥재와 난간은 느티나무를 사용해 느티나무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전체 놀이터의 분위기를 지배하게 만들었고, ‘트리하우스’ 벽면은 오래 전부터 차탁으로 쓰일 정도로 판재 무늬가 아름다운 느티나무 송판을 사용했다.

기둥과 벽면 판재로 쓰인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정자나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정자나무이다. 정자나무를 쓴 이유는 바로 느티나무는 예로부터 동네 어귀에 있으면서 나쁜 기운이 못 들어오게 하고 좋은 기운이 못나가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놀이터 중앙에 있는 느티나무 연리목은 서로 다른 가지가 자라면서 다시 만나 붙어 자란 나무로 ‘삼국사기’와 ‘고려사’ 기록에 의하면 우리 조상들은 연리나무가 나타나면 희귀하고 경사스러운 길조로 여겼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 놀았던 철제 정글짐도 정육각형의 정형화된 놀이기구였으나 이번 놀이터는 나무(로비니아)로 비정형적으로 설치했다. 특히 ‘트리하우스’ 오두막의 비뚤어진 입구 역시 정형을 파괴하는 디자인을 통해 아이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했다.

놀이터 안전과 관련해서는 획일적인 기성 놀이시설에서 볼 수 없는 설계된 위험을 제공한다. 제공된 위험에는 불규칙한 동선과 공간 그리고 서로 다른 높이 차를 두어 이용자 별 능력에 따라 어린이가 스스로 위험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 따라서 시설 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어린이가 놀면서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놀이터는 놀이기구, 놀이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고, 놀이공간은 정적인 공간과 동적인 공간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보통의 놀이터는 놀이기구의 병렬적 나열을 하고 공간도 구분을 한다. 이분법적 개념인 분리는 놀이터 공간마저도 어른들 생각대로 아이들이 공간 사용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동산초등학교 숲놀이터는 인위적으로 분리하기 보다는 놀이기구와 공간 개념을 분리하지 않고 혼재해 시공했다.

혼재된 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매번 놀이의 공간을 다르게 결정하고 다양하게 놀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 동네 골목길이 어떤 때는 전쟁터가 되고 소꿉장난하는 곳이 되고, 고무줄놀이 공간이 되듯, 공간에 대한 결정권을 아이들이 가질 수 있도록 의도했다. 동적인 놀이 공간은 오르기, 내려오기, 기어가기 등이 있는데 나무로 만든 정글짐은 비정형적으로 배치가돼 흡사 정글을 탐험하듯 움직이며 아이들의 신체발달을 도모한다.

최근 놀이터 운동가들과 아이들의 욕구를 반영하게 되면서 놀이터가 혁신의 시작점에 있다. 동산초등학교 숲놀이터도 이런 혁신의 과정 속에서 지난해부터 고민을 하면서 전혀 다른 놀이터 환경을 조성했고, 그 까다로운 놀이터 안전 기준을 모두 통과했다.

손상영 교감선생은 “동산초등학교는 이를 시발점으로 학교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본능적 욕망을 충족해주는 다양한 놀이공간과 놀이기구가 생기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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