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체 가전 중 판매 성장률이 가장 높은 가전은 단연 '식기세척기'다. 작년부터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식기세척기는 올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까지 만나 판매 규모가 2배 커졌다. 상위 3개 기업 경쟁도 어느 다른 가전보다 치열하다.
1위 업체는 최근 1~2년 사이 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었고, 그 자리를 2~3위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꿰찼다. 식기세척기 국내 판매 관련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업계에선 1위 업체를 SK매직, 2위를 LG전자, 3위를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은 2018년 9만대, 지난해 20만대에 이어 올해는 3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식기세척기는 작년 대비 160% 판매 성장했다. 전자랜드도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집계한 판매 데이터에서 올해 식기세척기 매출이 작년 대비 185% 늘었다고 밝혔다.
식기세척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가전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에 빌트인 방식으로 식기세척기를 탑재하며 시장 규모를 조금씩 키웠다. 그러나 세척력이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인식으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최근 들어 손 설거지보다 세척력이 우수하다는 점이 실험을 통해 입증됐고, 제품 편의성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빠르게 시장이 성장했다.
1위 업체는 올해 시장 점유율 40%대(업계 추정)를 차지한 SK매직이다. SK매직 모회사인 SK네트웍스의 3분기 기업설명회(IR)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식기세척기 점유율은 30%대였다.
SK매직 관계자는 “4분기 식기세척기 판매가 다시 크게 늘어서 올해 자사 전체 시장 점유율은 40%대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2년 전인 2018년까지 식기세척기 시장은 SK매직이 독주했다.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했다.
시장 판도에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해 LG전자가 '스팀' 기능을 넣은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다. LG전자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졌고, 1위 업체인 SK매직 시장 점유율은 크게 줄었다.
결국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가져가며 치열한 1~2위 다툼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LG전자는 7년 만에 선보인 '스팀 가전'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까지 가세했다. 삼성은 2018년까지 프리미엄 주방가전 '셰프컬렉션' 식기세척기와 데이코 식기세척기만 일부 판매해왔다. 식기세척기 시장 성장을 관망하던 삼성전자가 움직인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5월 '한국형 식기세척기'를 표방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점유율 확보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 비스포크 라인업에도 식기세척기를 추가하며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4배나 늘었다. 현재 20%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3사의 시장 전략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SK매직은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라인업까지 풀 라인업을 갖췄다. 가격대는 30만원대부터 1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1인 가구용 가성비 제품부터 '트리플케어' 등 'CES 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프리미엄 제품까지 갖췄다. 프리미엄 제품과 가성비형 제품 등 '투트랙' 전략이다. 특히 건설사에 직접 공급하는 기업간거래(B2B)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한다. LG전자가 판매하는 제품의 90% 이상은 스팀 기능을 탑재한 164만~169만원대(출하가 기준)다. 최근 LG전자는 오브제 컬렉션 라인업에도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크기와 종류 따라 79만~149만원 선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했다.
식기세척기 시장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직 식기세척기 보급률은 10%대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
최근 가장 크게 성장한 건조기는 2016년 60만대에서 지난해 200만대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올해 30만대인 식기세척기 시장도 수년 내 3~4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
추격자가 LG전자와 삼성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SK매직의 1위 수성이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LG전자가 턱밑까지 추격했고, 삼성전자 추격세도 만만찮다.
여기에 밀레, 일렉트로룩스, 쿠쿠 등 4위 이하 국내외 업체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강남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프리미엄 식기세척기 밀레부터 지난해부터 라인업을 늘리고 있는 일렉트로룩스, 1인 시장을 주로 공략하는 쿠쿠도 식기세척기 시장에서 적극적인 플레이어들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식기세척기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여 업체 간 순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