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리더스포럼 콘퍼런스
가명처리·안전조치 등 병원 책임 확대
심의위원회 공개 등 행정 부담 늘어나
IoT 기기 활용 '비대면 의료' 도입 고민

“데이터 3법 개정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발간은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상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이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어려움도 생겼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가이드라인 재개정을 촉구해 의료 데이터 활용도 높여야 한다.”

소프트웨이브 2020 부대행사로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자신문사와 의료정보리더스포럼이 공동 개최한 '제3회 의료정보리더스포럼 콘퍼런스'에서 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를 포함한 의료정보화 전문가들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재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후속 조치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의료계 안팎에서 데이터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의료기관에서는 상세한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행정 부담 증가도 우려하고 있다.

최인영 가톨릭대 의료정보학교실 교수는 “가명처리, 안전조치, 정보제공 절차 전반에 걸쳐 병원의 책임이 늘어났고 데이터 활용 시마다 심의위원회 관련 사항을 공개해야 하는 등 병원의 행정 부담이 늘었다”면서 “지문, 홍채 등 생체인식 정보나 사진, 동영상 등 안면인식 정보는 필요한 경우 가명처리 후 사용할 수 있지만 음성은 동의 기반으로만 사용하도록 해 음성 기반으로 치매나 파킨슨병을 연구하는 경우에는 전향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제한이 생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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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이브2020 제3회 의료정보리더스포럼 콘퍼런스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김경환 의료정보리더스포럼 의장이 IoT 디바이스를 이용한 환자관리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현재 비식별화 기술 수준을 고려한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가장 어려움이 큰 부분은 비정형 데이터 비식별화다.

최 교수는 “최근 증가하는 의료 데이터 대부분이 비정형 데이터”라면서 “정형화된 데이터는 비식별 조치를 쉽게 할 수 있지만 비정형 텍스트는 일괄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수술영상,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에 대한 기준과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의료 시대에 대응해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한 환자관리시스템 도입과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정보리더스럼 의장을 맡고 있는 김경환 서울대병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면서 “한국은 원격의료가 전면 금지된 국가이지만 동시에 훌륭한 의료시스템과 기술, 의료진을 보유한 만큼 비대면 의료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대구·경북 코로나19 경증 환자 관리를 위해 운영한 문경 생활치료센터에서 IoT 기기를 활용했다. 환자 상태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해 감염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환자 안전, 효율성 증대 등 성과를 달성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헬스케어 기기와 전자의무기록(EMR)을 연결하는 솔루션이 활성화돼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고 보험, 제약, 웰니스 기업 등으로 제공이 가능하도록 확장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원정보시스템에 연동돼 병원 내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비대면 진료를 구현하고 환자 안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다양한 지역사회 데이터와 연계해 지역보건의료정보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조경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는 “기관 내 연계를 넘어 기관 간 데이터 연계, 사회복지서비스·공중보건·재활서비스·돌봄의료 등 지역사회 데이터와 의료기관 데이터를 연계하는 커뮤니티헬스레코드(CHR)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데이터를 처음 수집할 때부터 어떻게 연계하고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정보리더스포럼은 2017년 대한의료정보학회와 전자신문사가 공동 발족한 대한민국 유일 병원 CIO 단체다. 매 분기 세미나를 개최해 병원이 직면한 ICT 이슈를 공유하고 연 1회 오픈 콘퍼런스로 병원·기업·정부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