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요기요는 팔아라"...'암초' 만난 DH-배민 합병

9일 심사보고서에 담긴 선제조치
DH "전원회의서 설득하겠다"
요기요 빼면 60%대 점유율
업계 "까다로운 조건, 거래 무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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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정부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M&A)에 대해 '구조적 조치'를 주문한 것이다. DH는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DH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공정위 지난 9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간 M&A와 관련, 이같은 내용의 조건을 담았다. 앞서 요기요·배달통 운영사 DH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위해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사실상 공정위가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배달앱 시장에 독과점이 형성돼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수수료 가격상승, 소비자 데이터 독점 등 부정적 영향이 커 강력한 선제조치를 내린 것이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이다. 결합사의 합산 점유율은 90.8%로, 명백한 독과점 사업자다.

만일 공정위의 조건대로 DH가 요기요를 매각하면 시장점유율은 60%대로 낮아진다.

일각에선 배달앱 시장 신흥 강자가 출현하면서 합병 이후 배달의민족의 가격 인상 효과를 완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사실상 공정위는 결합사의 일부 주식과 자산 매각을 요구해 시장 경쟁 활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 위메프오가 빠르게 점유율을 키우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각각 6.8% 2.3%에 불과하다.

DH는 공정위 조건을 따를 경우 이후 시너지를 사실상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체 인수에 고심이 큰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실질은 합병 불승인이지만 업계 반발을 의식한 공정위의 면피 행위라고 해석된다”며 “정부가 내리는 결정이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의 조건은 시장에 혼란을 가중 시킨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으로 요기요가 시장에 급매물로 나오게 된다면 제 값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배민-요기요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써 만일 이같은 조건을 받아들여 합병할 경우 공정위가 우려한 빅데이터 독점도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달의민족은 고객정보뿐 아니라 좋아하는 메뉴, 주문 시간대 등 방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합병 이후 배달의민족이 영업점과 소비자 데이터를 요기요에 넘길 겨우 시장의 막대한 정보가 쏠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달 9일 전원회의를 열어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DH의 자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DH측 의견을 대신 전하며 “요기요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이형두 기자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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