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정부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공공데이터 정책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백서는 데이터 가용성, 데이터 접근성,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부지원 등 세 영역에서 공공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데이터 가용성과 정부 지원 부문에서 2회 연속 최고점을 받았다.
그러나 데이터를 잘 쓰는 나라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이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52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 평가' 결과를 보면 공공데이터 관리체계 및 개방 수준은 양호한 반면에 민간 활용 지원 및 품질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되는 수준에 비해 쓸 만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지난 2018년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70.3%가 '필요한 데이터 없음'이라고 답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공공데이터 개방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일반 정보 공개와 달리 민간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에 방점을 둔다.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활용됨으로써 국민 경제의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빅데이터 정책의 방향성은 수요자 맞춤형 빅데이터인 '스마트 데이터' 제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스마트 데이터는 빅데이터에서 걸러진 유용하고 검증된 고품질 데이터로, 최대 효용을 끌어낼 수 있는 데이터를 뜻한다.
빅데이터가 '크기(Volume)'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라는 '3V'가 있는 반면에 스마트 데이터는 '정확(Accurate)' '실행 가능(Actionable)' '신속(Agile)'이라는 '3A' 특성을 띤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국민 수요를 반영해 데이터를 발굴·개방하거나 민간 공공데이터 활용을 적극 지원한 기관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최근 고유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해외시장의 수출대금 결제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 'K-SURE Payment Data Report'를 발간했다. 무역보험을 운영하면 매년 개별 수출 건의 대금 결제 이력 50만건 이상을 축적하게 된다. 이 가운데 수출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핵심 데이터를 발굴하고 실무에 활용하기 좋은 형태로 가공, 처음 대중에 개방했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우리나라 39개 주요 수출국 내 78개 업종별 일반 수출대금 결제 조건과 평균 연체 일수 등을 담았다. 이용자가 직관으로 이해하도록 분석 결과를 모두 그래프 형태로 시각화했다.
특히 수출기업이 바이어와 계약 협상 시 현지 상거래 관행상 적정한 결제 기간 수준을 가늠하거나 목표 시장의 대금 연체 위험 정도를 파악하는 데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분석 대상을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모든 국가와 수출 업종으로 확대하고 수요조사를 거쳐 수출기업이 원하는 무역 거래 데이터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기업이 빅데이터 시대에 보유해야 하는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단기간에 데이터 리터러시를 확보하기는 현실상 매우 어렵다. 정부가 빅데이터와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보유한 공공기관에 민간기업의 공공데이터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도록 강조하는 이유다.
단순한 빅데이터 쏟아내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수요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필요한 시점에, 눈높이에 맞는 형태로 제공할 때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데이터를 가치 있게 사용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안혜성 한국무역보험공사 무역사업본부장 ahs0192@ksu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