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사각지대, 광고대행사...'공짜폰' 미끼로 개인정보 장사

소비자 유인해 상담 정보 수집
유통망에 건당 1만원 넘게 팔아
법 위반·이용자 추가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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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배너에는 이통 3사 온라인 공식 판매점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판매점 사전승낙서 등은 게시되지 않았다. 실제 해당 광고 사이트를 운영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주체는 광고대행사다.

'스마트폰 0원' 등과 같은 문구로 유혹해서 수집한 개인정보가 건당 1만원이 넘는 가격에 불법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사각지대에 있는 광고대행업체가 상담 정보만을 전문으로 수집해 일부 유통망에 넘기는 수법으로 텔레마케팅(TM) 등에 활용하고 있다. 단통법 위반은 물론 개인정보 불법 유통에 따른 이용자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통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광고를 보고 휴대폰 개통 의사를 밝힌 고객의 개인정보가 건당 1만3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 온라인 휴대폰 판매업자는 9일 “휴대폰 개통 상담 관련 개인정보는 암암리에 관행적으로 거래돼 왔다”면서 “최근에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자가 중간에 개입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건당 시세도 1만3000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고 삼성전자와 애플 등 신제품 출시로 고객 유치가 치열해지면서 개인정보 판매 가격은 1만원에서 1만3000원까지 상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수집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카페 등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인터넷 배너 광고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가 실제 휴대폰 판매와 무관한 광고대행사로 이름, 연락처, 희망기종, 통신사 등을 입력하면 대행사가 이 정보를 유통점으로 전달해서 실제 개통 진행과 상담을 진행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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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배너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는 개통 의사를 밝힌 만큼 고급 정보로 취급된다. 수백~수천건 단위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유통점은 정보를 활용한 자체 판매 유도 활동은 물론 이통사로부터 상대적으로 유리한 리베이트 정책을 받아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망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점 등이 배너광고로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정부 제재와 이통사 자율정화 활동이 강화되면서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광고대행업체가 이를 대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업체가 이용자 동의를 받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3자 제공 대상과 활용 목적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거나 돈을 받고 판매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 유통된 개인정보 DB는 휴대폰 텔레마케팅뿐만 아니라 스팸, 스미싱 등 추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부분 광고 사이트가 판매점 사전승낙서를 게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단통법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

단통법은 온·오프라인 등 모든 휴대폰 유통점에 등록인증 격인 사전승낙서를 게시, 불법 행위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린다. 그러나 광고대행사는 휴대폰 가입자를 사실상 모집하는 행위를 하면서도 판매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를 회피하고 있다. 불법 지원금으로 인한 시장 혼탁과 사기 판매 등 관리 감독도 혼선을 빚고 있다. 광고대행사가 중간 창구 역할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불법 영업 행위를 한 판매점의 적발이나 모니터링 활동이 난항을 겪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휴대폰 허위·과장 광고는 이통사를 통해 삭제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다만 개인정보 불법 유통과 관련된 문제는 사이트마다 약관을 다르게 공지하고 있어 면밀하게 검토해 필요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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