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전날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 환담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서 오른 것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에 당선될 수 있도록 각국 정상과 통화하며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WTO 선거)승패에 상관없이 대통령께서 후보 연좌제를 뗐다”고 언급하자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 아닌가. 각자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인사시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군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 본부장 남편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출신인 정태옥 전 의원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과정을 고치려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청문회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지만 현재 논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한다”며 “우리 정부는 종전 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도덕성 위주의 현 인사청문회 제도에선 좋은 인재를 등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 있다.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서 좋은 분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회가 공직사회 도덕성을 한참 끌어올리는 순기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면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