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사장 "버스 정류장, 그리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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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사장

“한적한 시골마을 버스 정류장은 제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또하나의 장소입니다.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기다리며 도착지에서 벌어질 희망을 이야기하고, 오지 않을지도 모를 버스를 기다리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도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정류장에 서 있습니다. 도착지까지 길을 안내하는 역할, 어쩌면 저는 비자라는 버스 한 대를 몰고 있는 운전기사입니다. 기업이 성공이라는 도착지까지 잘 갈 수 있도록, 그동안 노력과 외로움을 함께 듣고 이야기해야 할 사명감을 갖습니다.”

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사장은 비자카드 역할에 대해 버스 정류장을 빗대어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무대로 가는 길은 막혔고, 기업이 사업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언택트, 비대면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환경이 오면서 수많은 스타트업과 금융사도 이에 맞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섰다.

이들의 성공을 돕고, 디지털 혁신을 함께 하며 도착지로 안내하는 게 비자의 최종 목표라고 그는 말한다. 기업의 새로운 출발, 디지털 혁신이라는 최종 도착지를 향해 한국 기업과 함께 뛰고 있는 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사장을 만났다.

-올해 비자코리아는 많은 기업과 사업제휴 등 상생 활동을 강화했다. 한국 포함 비자카드 경영 이념은 무엇인가.

▲비자카드는 결제 기술 기업이다. 시장은 신용카드 결제망 만을 연결하는 세상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가맹점이 직접 모든 지불결제 방식을 수용하고, 소비자가 결제 수단을 고르는 네트워크-네트워크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렇다면 가맹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여러 지불방식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다. 그 환경을 비자가 만들고 있고, 가맹점 뿐 아니라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플레이어에게 사업 기회와 세계 무대로 뛰어들 게 하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비자카드가 존재하는 이유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 하드웨어 기반 상품은 수출되지만 금융서비스가 수출된 사례가 있는가? 이 분야에서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 그 성공을 만드는 기업, 즉 비자 파트너가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도록 조타수 역할을 자처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희망과 성공을 기다리는 많은 기업, 또 편리한 지불결제를 통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야하는 소비자에게도 비자카드는 네트워크를 제공해 윈-윈할 수 있는 이음새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 코로나19 여파가 너무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산업 근간부터 기업 근무 행태까지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비자도 적시 대응하고 있는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비자가 최우선으로 생각한 건 직원 안전이다. 비자 전 세계 오피스는 사실상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국가별로 단계를 두어 상황별 적시 대응 체제를 갖췄다. 비자코리아도 약 9주간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대형 모니터와 각종 집기 등을 직원 자택까지 배송하기도 했다. 이 밖에 비자 모든 오피스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웰빙 아워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이 업무와 개인 생활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또 전 직원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무기명 조사를 실시해 기업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없이 경청한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 시장의 기존 흐름을 바꿔놓았다. 인류 행동 패턴에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초래했다. 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5명 중 1명이 온라인 결제를 처음 경험했다. 또 4명 중 3명이 앞으로 전자결제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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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왼쪽)이 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사장을 만나 상생 전략과 경영 목표를 들어봤다.

-테크핀 바람이 거세다. 비대면 채널 강화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많은 기업이 금융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전통 금융사도 새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비자카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디지털 결제 산업 영역이 급격히 확대되며 새로운 사업자들과 협력이 중요해졌다. 비자는 전통 금융사와 새로운 플레이어간 가교 역할을 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비자코리아는 국내 기업 대상 빅데이터 기반 컨설팅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새로운 결제 시대에 혁신적인 신규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핀테크,빅테크와 디지털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에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 회복에 대한 중요성을 전 세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중소 상공인을 지원하는 '가치 있는 소비, 같이 사는 세상'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결제 전문기업으로 쌓아온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노하우를 통해 고객사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본격화했다. 지난 9월 비자는 신한카드와 데이터 비즈니스 관련 전략적 업무협약을 교환했다. 정부기관 및 국내외 유수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 컨설팅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한국 대표 핀테크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 하나카드와 함께 토스신용카드를 출시했다. 트래블월렛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모바일퉁과 '비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핀테크사와도 적극 협업 중이다.

새로운 결제 시대를 여는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인 비자 다이렉트(Visa Direct), 비자 토큰 서비스(Visa Token Service)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외에 KB국민카드와 카드 종류 상관없이 수취인의 비자 카드 번호만 알면 저렴한 수수료로 실시간 해외 송금이 가능한 '비자 다이렉트'를 공개했다. 비자는 국내 카드사와 성공적인 협업을 시작으로 빅테크, 핀테크와 함께 해외 송금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유망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융합 사업도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비자카드의 상생전략이 있다면.

▲결제 환경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을 비롯한 여러 파트너사와 새로운 형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핀테크 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기관, 즉 카드사와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기업 간 컬래버레이션, 기술과 금융 산업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비자는 기술기업과 금융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대표적인 예로 매년 세계 유수의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Visa Everywhere Initiative(VEI)'를 개최해 스타트업과 함께 미래 결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비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모바일퉁은 간편 환전송금 지급을 최저 환율로 제공하는 모바일 앱서비스 '트레블월렛'을 운영하는 회사다. 작년 VEI 공모전에 참가해 결선에 오른 업체다. VEI를 계기로 모바일퉁은 핀테크 전략 육성 프로그램인 핀테크 패스트트랙을 수료하고 아태지역 본사 이노베이션 센터와 협업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받아 지난 4월 외화선불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핀테크 회사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우리가 라이선스를 같이 만들고 또 다른 파트너를 만나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고, 국내 핀테크사가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비대면 부상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확산일로다. 비자코리아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

▲이커머스 시장 본질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 상거래 편의 및 편익을 제공하는 데 있다. 결제 측면에서 소비자 관점 이커머스는 구매 경험 편리성과 결제 보안성, 다양한 혜택으로 대표되며 이에 많은 카드사와 페이사 역할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 다른 결제의 한 축은 공급자 관점의 이커머스다. 이는 매출 증대와 빠른 대금 회수로 요약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공급자(판매자)들의 빠른 대금 회수에 대한 지원이 더욱 중요해졌다. 비자는 빠른 대금 회수 및 보안성이 강화된 결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 B2B 솔루션 도입과 이를 활용한 파트너사와 신규 서비스 개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팬데믹 영향으로 온라인 결제 비중 증가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가 여러 기업과 상공인에게도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특히 직접적인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환경 속 해외직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결제 사용률 증가로 카드 결제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성 위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이커머스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온라인 결제를 통해 발생하는 부정결제 손실 규모는 약 1300억달러로 추정된다.

비자는 '비자 토큰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서 부정결제 사례를 줄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암호화 가상카드 솔루션을 적용해 매 결제마다 일회성 카드 번호를 부여해 거래 처리가 손쉽고 결제 위험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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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코리아 대표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경영철학이 있다면.

▲비자코리아 사장으로 일한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처음 계획했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라는 큰 장점을 디딤돌 삼아 국내 시장에 특화된 유무형 서비스와 솔루션, 파트너십 결과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 단순히 외국계 결제 기업으로서 존재감이 아닌, 국내 결제 생태계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데 일조하는 진정한 파트너, 실물 카드를 넘어선 결제가 필요한 모든 접점에 비자가 관여해 궁극적으로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디지털 결제 방식이 표준화돼 시장의 통합을 이루고 보다 단순한 결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결제 방식은 오히려 점점 다양해지고 파편화되고 있다. 넘쳐나는 선택지를 두고 소비자들은 여러 상점을 돌아다녀 보기도 하고, 유사 기능을 가진 여러 앱과 플랫폼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은 팬데믹 기간에 특히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상거래에 있어 결제 경험은 여전히 중요하며, 특히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보안성과 신뢰도가 높은 결제 방식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시대에 디지털 결제가 유의미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장소와 시간을 막론하고 소비자 그리고 상점 간 거래가 이뤄지는 모든 접점에서 디지털 결제가 지원돼야 함을 의미한다.

이같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연결되는 하나의 통합 중심 네트워크, 즉 '네트워크 오브 네트워크'로서 새로운 결제 흐름을 만드는 것이 저를 포함한 비자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사장은

패트릭윤 사장은 1973년생으로 미국 남가주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과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2018년부터 비자 한국과 몽골 시장을 총괄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결제 네트워크 비자넷(VisaNet)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환경을 제공해왔다. 전통 카드사, 빅테크, 핀테크, 정부기관 등을 아우르며 혁신적인 결제 생태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공모전 Visa Everywhere Initiative를 개최했다. 특히 K-핀테크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핀테크센터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혁신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의 투자 업무를 시작으로, 10년 이상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싱가포르, 대만, 런던에서 전략, 사업 개발, 인수·합병(M&A) 업무를 이끌었다. 또 영국 본사 CEO 비서실장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다보스포럼, 금융안정위원회 등 다양한 외부 이니셔티브를 위해 핵심 역할도 수행했다. 비자 합류 이전, 5년간 SC제일은행 리테일 금융본부 부행장을 역임했다.

대담=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정리=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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