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손편지를 써본 게, 받아본 게 언제였을까. 답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스마트폰 하나면 세상 사람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하고, 특별한 날에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손쉽게 보낼 수 있는 디지털 시대를 살며 자연스레 잊혀진 기억이 됐다.
사실 손편지라는 말은 없었다. 지금과 같은 기술 발전 이전에 편지는 당연히 '손으로 쓴 편지'였다. 공문서도 손으로 썼다. 언론사 기사도 손으로 원고지에 썼다.
이렇게 세상이 변하면서 손으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특별한' 소통도구가 됐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내는, 컴퓨터로 타이핑해 프린터로 뽑아낸 글과는 다른 '아날로그식 감성'이 묻어있다. 그렇게 손편지는 '마음'이 됐다.
하지만 '손편지로 전하는 마음'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다시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전했다. 컴퓨터로 타이핑된 문서 형태였다.
지난 7월 자신이 공개 질의한 10가지 현안 질의에 대해 문 대통령이 답변하지 않는 것을 두고 “대단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낸 편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해 북한 피격 공무원의 미성년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피해 공무원 아들이 보낸 편지의 답장 형태였다. 피해 공무원 아들은 '손편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은 '타이핑 된 문서'를 보냈다.
대통령 답장이 손편지가 아닌 점에서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왜 논란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 서한은 원칙과 관례상 타이핑해 전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메모지에 육필로 쓴 다음, 비서진이 받아서 타이핑한 뒤 전자서명을 하는 식이다.
사실 문 대통령이 피해 공무원 아들에게만 타이핑된 편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 외국정상에게도, 빌 게이츠 MS 창업자, 프란체스코 교황 등에게 보낸 서한도 타이핑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목적과 분량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피해 공무원 아들에게 전한 편지는 원칙과 관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일상과 같이 정치에서도 손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에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의 '선거인단에 손편지 쓰기 운동'이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독일의 철학가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는 “가장 위대한 정치가는 가장 인간적인 정치가”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 유력 정치인에게 '인간적인 정치가'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일까.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