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발달로 우리나라는 성인이면 누구나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사회가 됐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성인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조차도 매일 태블릿PC를 사용하면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이제 대한민국은 디지털 기기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디지털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문명의 기술 발달이 빠른 소통성과 정보 전달의 편의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범죄 증가도 있다. 이런 사회 환경 속에서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함께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와 관련한 제안을 몇 가지 하고자 한다.
종래의 전통 성범죄는 강간과 강제추행죄였다.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 및 신체 직접 접촉으로, 주로 20~50대 성인이 범하는 범죄였다. 반면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불법영상물 유통의 모든 단계, 즉 촬영, 유포, 소지, 시청을 모두 범죄로 규정한다. 소지와 시청 단계에 이르면 디지털 기기의 마우스 클릭이나 터치만으로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신체 직접 접촉이 없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불법 인식 정도가 낮고, 범죄자의 연령도 10~20대로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최근 'n번방 방지법' 일환으로 성범죄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일부 법정형이 상향됐고, 불법영상물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그러나 개정법 내용만으로 성범죄에 대한 근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2000년 이후 성범죄 관련 법률은 거의 매년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의 성범죄 발생률은 어떠한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고, 성범죄는 아직 우리 사회의 큰 이슈다. 그러면 처벌 강화 이외 우리 사회는 어떤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
![Photo Image](https://img.etnews.com/photonews/2010/1345202_20201014151316_542_0003.jpg)
첫째로 적정한 형벌 부과다. n번방 사건으로 인해 지난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확정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경우의 권고 형량은 최소 징역 2년 6월에서 최대 29년 3월이다. n번방 운영자 및 그와 관련된 공범은 강화된 양형 기준 등에 따라 엄벌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법률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폭행·협박으로 제작한 영상물뿐만 아니라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호기심이나 재미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영상물의 경우에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포괄 규정하고 있다. 협박과 강요 동반 전형의 불법영상물 제작은 엄벌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영상물은 구별해서 취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n번방 방지법으로 신설된 시청죄의 처벌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n번방 방지법으로 인해 단순 시청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영상물이 불법영상물인지 아닌지를 직접 재생해 보기 전에는 구별하기도 쉽지 않지만 불법 영상물 시청이 죄가 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불법영상물을 보게 된 경위를 따지지도 않고 일단 시청만 해도 범죄가 되도록 범죄 성립 요건을 광범위하게 규정해 놓았다. '성적 욕망을 충족할 목적으로' 불법영상물을 시청한 경우 등 범죄 성립 요건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예방 교육의 강화다. 불법영상물을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처벌하는 규정이 이미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청소년에게 법률 규정을 알게 하고 법에 위반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형사처벌과 더불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형사처벌만으로 범죄의 근본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형사정책 연구 결과와 형벌의 역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기기 없이는 정상의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라고 우리 자녀들의 손에 들려 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다. 우리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환경을 조성,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전현민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junpros12@gmail.com
![Photo Image](https://img.etnews.com/photonews/2010/1345202_20201014151316_542_0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