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덕희 교수, 신간 '내생사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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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 기술경영학부 교수가 동양의 중용(中庸)과 서양의 근대철학을 융합해 선진 문명사회의 길을 제시하는 '내생사회: 머리와 손발의 소통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자이지만 사회 전체를 통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인문학·자연과학 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왔다.

'네트워크 경제' 연구를 통해 복잡계 과학에 경제학을 접목하는 한편 '도덕적 자본주의' 연구를 통해 동양사상과 경제학을 아우르는 등 다양한 융합 연구를 시도해 왔다.

이번 저서에서는 '우리에게 도덕적 자본주의는 불가능한 것인가' '재난은 왜 계속 되풀이되는가' '혁신은 우리 곁에 있는가' 등 문제의 근원이 우리 사회의 '외생성'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을 내세웠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생사회'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시했다.

외생성이란 삶의 중요한 의미를 외부적인 요소를 통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또 우리 사회를 타인이나 외부에 의해 발전 동인이 촉발돼 유지되는 `외생 사회'로 규정했다.

원인으로는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정립해놓은 것을 활용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의 문치(文治) 카르텔이 양반 지배계급에 과도한 특권을 부여해 농공상(農工商)과의 단절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조선 유교 사회, 개화기 서양 문물의 수용, 일제강점기 등 과정을 거치면서 '내생성'을 키우는 동력을 상실한 결과가 부동산 불패 신화, 학벌 제일주의, 반복되는 재난과 같은 현시대의 고질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반면에 지향점으로 제시하는 '내생사회'란 흩어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는,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지극한 정성의 총합'으로 표현했다.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보는 세계관, 내 생각과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자기 조직화, 스스로 노력으로 공을 세워 삶을 영위하는 주체성 등으로 '내생성'이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동양 유학 사상 정수인 중용에 서양 근대철학 거두인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복잡계 과학·진화경제학의 내생적 발전을 접목한 융합적 접근으로 이번 저서를 집필했다.

이덕희 교수는 “내생사회는 머리의 세계와 손발의 세계, 즉 리(理)와 기(氣), 사와 농공상, 이론과 실제, 학교와 현장이 서로 소통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힘'인 내생성이 우리 안에 굳건하게 자리 잡아 자기 언어로 스스로의 질서를 얘기할 수 있는 내생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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