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초임계 이산화탄소(CO₂) 발전 시스템' 핵심 장치인 원심형 터보 압축기를 개발, 국내 최초로 실증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모든 물질은 특정 온도와 압력 상태(임계점)에서 액체와 기체의 경계선이 무너져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하이브리드 상태가 된다. 이를 초임계라 한다. 초임계 상태의 물질은 액체처럼 밀도가 높지만 기체처럼 팽창할 수 있다. 즉 팽창과 이동이 쉽고 마찰이 적다.
이를 이용한 초임계 발전 시스템은 열효율이 높고 비교적 구조가 간단해 소형화가 가능하다. 원자력, 태양열, 핵융합부터 선박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열까지 높은 열이 발생하는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다.
CO₂ 임계점은 31도, 7.38메가파스칼(MPa)이다. 즉 대기압의 74배가 되는 압력 상태에서는 실온과 유사한 31도만 돼도 초임계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초임계 CO₂ 발전 시스템은 증기 발전보다 높은 열효율과 소형화에 대한 기대로 19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지만, 관련 기술이 성숙되지 않아 꿈의 기술로만 여겨졌다. 2000년대부터 다양한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미국은 국가 주요 기술로 지정해 국가 주도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전 시스템 중 압축기는 내부에 모터와 축으로 연결된 임펠러(액체의 압력을 증가시키는 회전 날개)를 움직여 초임계 상태의 CO₂를 압축시킨다. 압축된 CO₂가 압축기 외부에 연결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압축기는 완전히 밀봉돼 내부 CO₂가 누설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내부에서 모터가 빠른 속도로 돌아갈 때 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 부분이 기술적 난제였다.
원자력연은 세계 최초로 자석으로 압축기 내부의 축을 고정해 3만4000RPM 이상 높은 회전 속도에서도 압축기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 축 주위에 자석을 설치해 축을 고정시킨 획기적인 기술로, 마찰에 따른 열이 발생하지 않고 윤활유도 사용하지 않는다.
연구를 이끈 차재은 박사는 “이번 성공으로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며 “현 시점에 연구개발에 집중해 퍼스트 무브(first move) 기술을 확보한다면 미래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