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항균장치 문제가 10여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가습기 제조사들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파동 이후 수년 간 부진을 면치못하다 겨우 살아난 가습기 시장이 다시 한 번 '된서리'를 맞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가을과 겨울 가습기 성수기를 앞두고 살균제 이슈가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까 신경을 곤두세웠다.
A사 관계자는 “최근 가습기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곤혹스럽다”면서 “우리 제품은 살균제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성수기를 맞아 다음 달 가습기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혹시나 살균제 문제가 가습기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업계는 2011년 살균제 파동 이후 큰 피해를 입었다. C사의 경우 2011년 가습기 매출이 81억원이었으나 이듬해 24억원으로 폭락했고, 지난해도 43억원에 그쳤다. 화학회사가 만든 살균제 탓에 제조사까지 피해를 입은 것이다.
가습기가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물통 입구를 넓혀 씻기 쉽게 만드는가 하면 LED광원이나 필터를 사용한 항균장치를 사용함으로써 화학식 살균제 문제를 원천 차단했다. 화학식이 아닌 물리적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항균장치를 완전히 없애고 손세척만 가능하도록 한 제품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습기 시장이 정상을 회복한 것은 파동 이후 4년이 지난 2016년이다. 2016년 70만대, 550억원 규모이던 국내 가습기 시장은 지난해 127만대, 735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USB를 사용한 소형 가습기 보급이 늘면서 대수 기준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6일 가습기에 장착된 항균장치가 안전성 입증 없이 방치되고 있다며 정부 대응을 요구하면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항균장치가 법적으로 가습기살균제로 분류됐음에도 적절한 독성 시험이 없었고,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이로 인한 피해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이 가습기 항균장치 문제를 거론하면서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가 9월 18일 개최한 전문가 회의에서 은 이온이 함유된 가습기 항균장치가 물에 녹더라도 저농도여서 인체 유해 가능성이 낮다고 추정됐다. 환경부는 이달 말까지 항균장치에 대한 용출실험 및 위해성 평가를 마치고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입법취지와 가습기살균제 정의를 감안할 때 가습기 제조사는 피해자를 위한 분담금 부과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판매되는 가습기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어서 살균제 문제가 없다”면서 “소비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신뢰성 있는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