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여의도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 내리 참패하면서 2018년 7월 영등포로 이전한 지 2년 만의 여의도 재입성이다. 정강·정책과 당명을 개정하고 새로운 당사를 마련하면서 다시 출발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옛 한나라당 시절에서 한양빌딩에서 11년 여의도 시대를 풍미했던 국민의힘이 새 당사인 남중빌딩에서 정권 재창출을 이룬다는 목표다.
국민의힘은 5일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중앙당사 현판식을 가졌다. 현판에는 새로운 당 상징인 붉은색 정육면체와 함께 하얀색으로 '국민의힘' 글자가 새겨졌다.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한 지는 2년, 중앙당사를 매각한 지는 16년 만에 새 둥지를 마련한 셈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현판식에서 “당명과 당 색깔 그리고 당사까지 새롭게 준비됐다. 국민의힘이 과거를 이제는 잊고 새로운 각오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이어지는 대선에서 다시 정권을 되돌리자”고 각오를 밝혔다.
주요 참석자들은 당사를 돌아본 뒤 새 당색으로 정한 빨강·파랑·하양 3색 희망카드에 소망과 응원의 글을 써서 '국민힘나무'라고 명명된 나무에 붙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힘으로 정권 재창출', 주호영 원내대표는 '새터! 새출발!'을 각각 적었다.
국민의힘 당사 이전은 2004년 중앙당사 매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신인 한나라당은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도의 역풍으로 국회 앞 중앙당사를 처분하고 여의도 공터에 천막당사를 열었다. 이후 염창동 당사를 거쳐 2007년 여의도 한양빌딩으로 당사를 옮겼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연달아 배출하며 11년 간 여의도 황금기를 보냈다. 한양빌딩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새정치국민회의 당사로 사용했던 곳으로 정치권에서는 '정치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19대 대선과 6.13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며 다시 여의도를 떠났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여의도 재입성을 당사 마련 의미를 넘어 내년 재보궐 선거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통한 새로운 전성기 도약 계기로 보고 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16년 만에 중앙당사를 다시 마련했다”면서 '새 당사는 민심을 받들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만드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도 “새 터에서 새 희망을 갖고 새 출발을 다짐한다. 정말 제대로 잘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수권정당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원들에게 당부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