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민관 협력, 제조기업 혁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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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지난 8월 첫 민간 우주선 '크루드래건' 캡슐에 탑승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두 명이 2개월 동안의 우주여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플로리다주 연안 해상으로 귀환했다.

세계는 민간이 이뤄 낸 첫 우주여행이라는 성과에 열광했다. 막대한 자금 투입이 필요해 국가 단위 프로젝트가 주를 이루던 우주 분야에서 민간이 혁신 성과를 일궈 냈기 때문이다. 사실 크루드래건의 성공 이면에는 NASA의 적극 지원이 있었다. NASA는 재활용 로켓 발사체 제작 기술을 지원하고, 인력과 물자 인프라 제공을 아끼지 않았다.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하나인 스페이스 에이절스에서는 정부가 민간과의 협력을 과감하게 추진한 결과 약 190억달러(약 22조원)의 민간자본 유치를 끌어내 민간 스스로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민·관이 협력하는 모델은 4차 산업혁명 격전지인 제조업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제조 강국 독일은 지난 4월 디지털 기반의 제조업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하이테크 전략 2025'를 수립하고 2000억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 하이테크창업펀드(HTGF)를 조성했다.

중국에서는 국가 집적회로(IC) 산업 투자기금을 조성, 두 차례에 걸쳐 약 58조원의 투자 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노후화한 제조 환경 업그레이드를 위한 약 25조원 규모의 투자 자본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제조기업 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기술혁신전문펀드를 출범했다. 올해 말부터 투자가 본격화할 예정인 기술혁신전문펀드는 기계, 반도체, 자동차, 철강과 같은 전통 제조기업의 기술 개발 활동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 전담 은행이 모태 출자자가 되고 민간 운용사가 나머지 자금을 모집하는 구조로, 민간이 제조기술 지원을 주도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기술혁신전문펀드가 제조기업의 도약과 혁신 성과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앞의 사례처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 지원과 성과활용 인프라를 민간 투자운용사와 기업에 아낌없이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투자전략 공유는 물론 R&D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관리나 연구비 관리의 노하우 등도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민간투자를 원하는 정부 지원 기업 가운데 우수기업을 추천, 운용사의 투자 활동을 돕는 방안도 필요하다.

민간 투자가 결정된 기업에는 테스트 지원, 공공 판로 연계, 기술·수출 보증을 통한 저리 융자 추천 등 기술 개발 결과물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 민간이 개발한 기술 가운데 고난도 도전이 이어져야 하는 경우에는 정부 R&D를 다시 연계해 주는 이어달리기 지원도 필요하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0%와 수출 비중 87%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제조업 경쟁력은 독일, 일본,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 보호무역 강화로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은 이러한 위기와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도 인력 유지, 기술 투자 등 다양한 숙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기술혁신전문펀드가 정부와 민간 간 상호 협력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어 제조기술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yhchung@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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