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밀키트 수요 증가 힘입어
상품 수 1000종...내실 다지기 돌입
AK플라자 등 경쟁사 채널에도 입점
이마트 자체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PEACOCK)가 연매출 30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난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수요에 힘입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마트는 당분간 상품 수 확장 대신 브랜드 내실화에 집중해 품질과 수익성을 끌어 올릴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자체브랜드(PB) 피코크는 올해(1~8월) 누적 매출액이 작년 동기대비 18.9% 증가했다. 8월 들어 신장률이 26.1%로 가파르다. 지난해 피코크 연매출 2500억원을 넘어 올해 3000억원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2013년 340억원이던 피코크 매출은 2015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에는 2000억원 브랜드로 성장했다. 200여 종으로 시작했던 상품 수도 1000여종으로 늘었다. HMR부터 밀키트까지 상품 라인업을 다각화하며 식품 전문기업과 견줄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도 한몫했다. 이마트 본사에 마련된 피코크 비밀연구소에는 조선호텔 출신 셰프 등 8명의 전문가가 모여 레시피를 직접 개발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코크 신제품을 수시로 홍보하며 힘을 실었다.
상품 판로도 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11번가·AK플라자 등 경쟁사 채널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대H몰 홈쇼핑 푸드 전문관에도 피코크가 입점했다.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강남 대치동과 스타필드시티 부천에 'PK피코크' 전문점까지 열었다.
이마트는 피코크 몸집이 커지면서 브랜드 고도화를 위해 지난 2017년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BM) 출신 곽정우 상무를 피코크·델리 담당으로 영입했다. 곽 상무는 CJ제일제당에서 '비비고'를 메가 브랜드로 키워낸 마케팅 전문가다. 글로벌 HMR 브랜드로 성장한 비비고의 성공 노하우를 피코크에 이식하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곽 상무를 그로서리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그가 피코크를 포함해 이마트 식품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되면서 브랜드 정비에 탄력이 붙었다. 상반기에만 매출이 50% 늘며 성장세가 가파른 밀키트의 경우 3개로 산재된 브랜드를 피코크 하나로 일원화했다.
이마트는 3000억원 브랜드로 도약한 피코크의 내실 성장을 위해 빌드 앤드 스크랩(Build and Scrap) 전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상품 가짓수 확장보다는 상품력 강화를 통한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 상품 수는 1000종으로 유지하면서 비인기 상품은 줄이고 밀키트 등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채워 넣는다.
피코크를 비비고 같은 글로벌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해외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마트가 진출한 몽골·미국뿐 아니라 홍콩에서도 현지 업체와 손잡고 상품 수출을 진행한다. 2018년에는 독일 암스테르담에서 글로벌 PL(자체상표) 박람회에 피코크 제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을 앞세운 피코크가 노브랜드와 더불어 이마트 실적 한 축을 책임지는 핵심 브랜드로 성장했다”면서 “이마트 피코크가 PB 영역을 넘어 일반 브랜드(NB)와 견주는 규모로 성장하면서 간편식 시장을 놓고 식품기업들과 영역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